동양제철, 카본블랙공장 팔아야 하나

서울고법 "美 CCC 인수로 국내시장 독과점" 판결

회사측 "50%룰이 글로벌 경쟁 '발목' … 대법 상고 검토"타이어용 고무인 카본블랙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동양제철화학이 2005년 컬럼비안케미컬즈컴퍼니(CCC)를 인수하면서 취득한 컬럼비안케미컬즈코리아(CCK.CCC의 한국 자회사)의 지분 85%를 모두 팔거나 포항 광양공장 중 한 곳을 팔아야 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조병현)는 28일 동양제철화학이 'OCK 지분을 매각하거나 포항 광양 중 한 곳을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명령에 대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동양제철화학이 CCC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국내 3위의 카본블랙 업체인 CCK의 지분 85%를 보유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타이어용 고무시장에서 1위 업체인 동양제철화학과 2위 업체인 코리안카본블랙(KCB)의 판매량 격차가 커져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에 따라 "동양제철화학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우려해 내린 공정위의 시정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로 동양제철화학은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수용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공정위는 2006년 '시장점유율 50% 룰'을 근거로 동양제철화학에 "CCK의 보유 지분 85%를 1년 내에 모두 팔거나 포항과 광양 등 국내 공장 두 곳 중 한 곳을 매각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국내 카본블랙 시장점유율이 64%에 달해 공정 경쟁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동양제철화학은 포항 광양공장 중 한 곳의 설비를 뜯어 파는 한이 있더라도 CCK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백우석 사장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도 않고 친기업 정책 흐름과도 어긋나는 판결"이라며 "결국 CCK 지분을 포기하거나 포항이나 광양공장을 경쟁 업체에 넘겨주라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법원 상고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분을 매각할 경우 동양제철화학의 CCC 인수.합병(M&A)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제철화학이 CCC 인수를 위해 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1개 법인이라도 지분 변동이 생기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자금차입 계약 위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공정위의 기업 결합심사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50% 룰'은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 족쇄가 되고 있다"며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하루빨리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양제철화학은 글로벌 카본블랙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CCC와 CCK 인수를 결정했다.

CCC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9개국에 12개의 카본블랙 공장을 운영 중이며 생산능력은 106만5000t에 달한다.동양제철화학은 카본블랙 분야 세계 3위인 CCC를 인수,생산능력을 연산 130만t으로 끌어올리며 세계 2위로 올라선 상태다.

장창민/박민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