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3단지 '평형배정 분쟁' 극적 합의


재건축 주택형(평형) 배정문제로 조합원끼리 3년3개월간 법정다툼을 벌여왔던 경기도 과천시 주공3단지가 법원 선고를 코앞에 두고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이 단지 재건축 조합원 3000여명은 당초 일정대로 오는 7월 말부터 정상적으로 입주할 수 있게 됐다.29일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강제적인 소형 평형 배정에 불만을 품고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부 조합원(원고)과 조합(피고) 측은 이날 서울고등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여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 선고도 취소됐다.

양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건축총회결의 무효 소송(민사)도 취하하기로 했다.서울고법 제3행정부는 "평형배정 부분에 문제의 소지가 없진 않지만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할 경우 이미 평형 배정과 동.호수 추첨까지 마친 3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혼란에 빠지고 입주 지연으로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며 합의를 요청했다.

조합 측은 법원 조정에 따라 소송을 낸 67명에게 소송비와 위로금 형식으로 1명당 7500만원씩 총 50억250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법원 조정안 수용으로 '윈-윈'조합원들 간 극적인 합의가 나온 데는 서초구 반포주공2단지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지난 27일 반포2단지 일부 조합원들이 재건축 평형 배정에 불만을 품고 조합 측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에 대해 1심 판결을 뒤집고 각하했다.

재판부는 종전 소유 아파트의 평형이 큰 조합원에게 신축 아파트 평형 선택 우선권을 배정한 관리처분계획은 형평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장명수 과천3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반포2단지 판결 이후 서로에게 실익이 없는 소송을 지속하기보다는 합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형 평형 의무비율 제도가 화근

과천3단지는 재건축 전에 △42㎡(13평형) 1500가구 △49㎡(15평형) 930가구 △56㎡(17평형) 680가구로 돼 있었다.

초기 재건축 계획은 신축 아파트 3243가구,일반분양 33가구로 사실상 1 대 1 재건축 방식이었다.

모든 가구가 99㎡(30평형)와 115㎡(35평형),128㎡(39평형)의 중대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예정이어서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2001년 12월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에 소형 평형의무비율제도를 도입,당초 계획에 없던 85㎡(25,26평형) 아파트를 798가구 짓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조합 측이 권리가액(평형크기) 배정 방식에 따라 기존 42㎡ 소유자들에게 85㎡의 주택을 강제 배정한 것.이에 일부 조합원이 평형 배정 방식이 잘못됐다며 2005년부터 민사 및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남은 불씨는

업계에서는 이번 과천3단지 합의와 최근 반포2단지 판결로 재건축 평형 배정을 둘러싼 조합원 간 다툼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과천3단지의 경우 소형평형 배정에 불만을 품고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이들이 법정 투쟁 끝에 '위로금'을 받아낸 만큼 나머지 소형 평형 배정 조합원들도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