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MBA' 1석 3조 효과

企銀ㆍ코레일유통ㆍ한진 등 임원예정자 대상 사내과정 개설ㆍ대학 위탁

직장인의 신분상승 수단으로 주목받는 게 MBA(경영학석사)이다.그렇지만 국내MBA든 해외MBA든 간에 적잖은 비용과 현재 다니던 직장을 떠나 '올인'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임원급으로 승진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경우엔 이처럼 리스크가 큰 일반 MBA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나 개인의 상황에 맞게 '셀프 디자인'하는 '맞춤MBA'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기업별 맞춤MBA가 각광받는 이유는 기업들이 외부 교육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기업상황에 꼭 맞는 경영전문가를 손수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역시 다양하게 세분화된 과목 중 자신의 경력이나 적성에 맞는 것을 선택해 자신만의 MBA를 디자인할 수 있어 유리하다.

보통은 임원급 진급을 노리는 고참 직장인이 대상이지만 회사별로는 문호를 넓히는 곳도 적지 않아 '커리어 관리'에 관심 많은 직장인이라면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기업은행은 2005년부터'기은 MBA'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학과의 제휴를 통해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기은 MBA'는 약 11개월간 주말 강의를 듣고 마지막 2주는 핀란드 현지에서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에는 헬싱키 경제대학의 금융산업 경영학 석사학위가 수여돼 직원들의 이력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보통 차장급을 대상으로 매년 30명가량이 연수를 받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맞춤형 MBA교육을 받은 분들의 경우 조직 충성도나 조직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개인 입장에서도 자기계발에 따른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철도 관련 유통전문기업인 코레일유통도 올해부터 사내 MBA 과정을 통해 직원 역량 강화에 나섰다.

코레일유통은 지난 3월 2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MBA 과정 입교식을 가졌다.

과정을 수료하면 자체 MBA 과정 수료증 및 인사가점 등을 부여할 방침이다.

코레일유통 측은 사원들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자율적인 학습 커뮤니티 운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2003년부터 신규 임원을 대상으로 '임원 경영능력 향상과정(KEDP)'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은 한진그룹이 서울대 경영대에 위탁.운영하는 맞춤형 MBA로 대한항공,한진,한진정보통신 등 계열사 임원이 참여한다.

지난 3월에는 6기 과정이 시작됐고 15주 동안 현업에서 벗어나 한진그룹에 특화된 MBA 코스를 밟게 된다.

그룹 임원이 되려면 경영학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2003년 30명,2004년 29명,2005년 25명,2006년 24명,2007년 21명 등 총 129명이 이수했고 올해도 18명이 이수 예정이다.

15주 동안 주 5일,매일 4강좌씩 강의를 받는다.

1단계로는 경영학 전반에 대한 이론 교육은 물론 △인사관리 △마케팅 △조직행동 △재무관리 △관리회계 △e-비즈니스 등 11개 과목을 수강한다.

이후 2개월간 심화과정에서 핵심역량 중심 케이스 스터디와 합리적 의사결정,전략 수립,변화와 혁신,리더십과 조직 등을 연구한다.

마지막 1개월은 현업에 적용가능한 프로젝트를 선정해 개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순수하게 교육에만 전념토록 교육기간 중엔 직무대행자를 인사발령 조치한다"면서 "학부 전공생보다도 교육시간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1990년부터 서울대,연세대 등 국내 유수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금호 아시아나 MBA'를 운영하고 있다.

2000명이 넘은 경영 전문가를 배출했다.

웅진그룹은 마케팅 직원들의 경력 관리를 위한 사내 MB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스텍(옛 포항공대)과 함께 '테크노-MBA' 과정을 운영했다.

핵심인재 육성 차원에서 일반기업의 과.차장에 해당하는 팀리더들을 대상으로 일괄교육을 실시했던 것.지난해부턴 교육 대상을 넓히면서 일반대학의 MBA로 직원들을 보내고 있지만 맞춤MBA 효과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기업 움직임에 발맞춰 대학이나 전문교육기관에서도 셀프 디자인 MBA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양대MBA는 이른바 '셀프 디자인트랙'을 도입해 △테크노경영 △마케팅 △재무금융 △회계 △글로벌 리더십 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 환경이나 경력.적성에 맞는 과정을 선택해 자신에게 가장 유용한 지식을 배우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직장인 e-러닝 전문기업 휴넷도 온라인 과정인 '휴넷 MBA'에서 7개의 필수 과목 이외에 6개의 자율수강 과목을 추가로 제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게 했다.

'비즈니스 문제해결 과정'이나 '비즈니스 협상전략 과정'같은 맞춤형 실용과정들의 인기가 높았다는 게 휴넷 측의 설명이다.

한편 MBA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 때부터 미리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과 대학 간의 계약에 의해 운영되는 '계약학과'가 대표적.성균관대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휴대폰 학과'를 개설했다.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에 크게 유리해 경쟁률이 10 대 1 정도로 매우 높다.

한양대는 하이닉스반도체와 손잡고 '나노 반도체 공학과'를 만들었고 LG전자는 부산대와 제휴한 '냉동공조에너지학과'를 운영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전문인재를 미리부터 길러내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맞춤 MBA는 기업의 특수성,경영현황 등을 충분히 반영한 맞춤교육을 통해 현업 활용도를 높이고 기업이 당면한 각종 경영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욱/성선화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