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싱글女의 화려한 패션…150여개 명품브랜드 출동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리처드.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더 사랑해요."(사만다)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불러왔던 '섹스 앤 더 시티'는 '패션의 바이블' '연애의 지침서' 등으로 통하며 여성들에게는 화려한 볼거리와 대리 만족을,남성들에게는 여성들만의 솔직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 화제작이었다.같은 제목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4년 전 종영된 드라마의 마지막편인 시즌6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4명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인이나 친구 등이 모두 드라마와 같다.

드라마 전편을 제작한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당연한 일이다.영화에서도 뉴욕 싱글 여성들의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는 여전하다.

독신을 고집하던 유명 작가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는 연인인 빅과의 결혼이 깨지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섹스와 보톡스를 사랑하는 홍보전문가 사만다(킴 캐트럴)는 자유로운 섹스를 위해 오랫동안 동거한 연하남 리처드와 이별한다.집안일에 시달리던 변호사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실수로 단 한 번 외도를 한 남편을 용서하지 못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 고민이었던 미술관 큐레이터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은 뜻밖의 임신으로 행복해한다.

캐리의 실연 등 러브 스토리가 극의 중심이어서 솔직담백한 맛은 드라마보다 오히려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대신 패션 코드는 한층 강력해졌다.

드라마에 나온 옷과 구두,가방은 방송 다음 날 바로 품절되곤 했다는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캐리가 즐겨 신는 구두 브랜드인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 추를 비롯해 샤넬,프라다,구찌,마케 제이콥스 등 세계 150여개의 명품 브랜드 신제품들이 총출동한다.

4명의 주인공들이 300벌이 넘는 최신 유행의 옷과 구두를 선보이니 마치 대규모 패션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중 압권은 국내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만든 캐리의 초호화 웨딩 드레스.이 드레스 외에도 캐리는 크리스찬 디올,캐롤리나 헤레나,랑방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제공한 드레스 50여벌을 갈아입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나이가 50대를 앞두고 있어 드라마에서처럼 20∼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자들은 사랑과 명품을 얻기 위해서 뉴욕에 온다'고 주장하는 이 영화가 또 다시 관객들에게 로맨틱한 꿈을 심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5일 개봉.청소년 관람 불가.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