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기업 '어메이징 M&A'

인도 광산업체인 베단타 리소스는 지난달 31일 미국 대형 구리 광산업체인 아살코의 자산을 26억달러(약 2조6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05년 8월 파산 신청을 낸 아살코는 이번에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리조나주의 구리 광산 3개와 텍사스 제련소 등을 입찰에 부쳤다.베단타 리소스는 아살코의 전 주인인 그루포 멕시코 등을 따돌리고 입찰을 따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베단타의 아살코 인수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힘의 원천으로 떠오른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기업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인수ㆍ합병(M&A) 규모는 652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줄었다.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반면 이머징마켓의 M&A는 모두 3159건,1998억달러로 20% 늘어났다.

특히 선진국 기업을 겨냥한 이머징마켓 기업의 M&A는 615억달러로 무려 150%나 급증했다.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른 사이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풍부한 현금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 업체 사냥에 활발히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계에선 힘의 균형이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인도 타타자동차는 지난 3월 영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23억달러에 사들였다.또 인도 타타스틸은 지난해 영국 철강회사인 코러스를 120억달러에 인수했다.

영국의 옛 식민지인 인도가 이제 거꾸로 영국을 삼키는 양상이다.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는 2006년 세계 최대 니켈업체였던 캐나다 인코를 170억달러에 인수,단숨에 호주 BHP빌리턴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최근엔 스위스 최대 자원회사인 엑스트라다를 900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나선 상태다.

중국 페트로차이나는 호주 3위 석유 및 가스업체인 산토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중국알루미늄은 미국 알코아와 공동으로 세계적 광산업체인 리오틴토 지분 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머징마켓 파워가 커지는 추세다.

아부다비투자청이 지난해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싱가포르 테마섹과 한국투자공사(KIC)가 각각 50억달러와 20억달러를 메릴린치에 수혈했다.그레고리 플레밍 메릴린치 사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말부터 미 금융산업 내에서 활발한 M&A 붐이 일어나 금융산업 지도가 다시 그려질 것"이라며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의 금융파워가 급성장함에 따라 앞으로 수분기 동안이 금융산업에는 격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