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中企 애로사항 전화 1357번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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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 현장애로대책단의 김대임 사무관은 지난달 23일 경북지역의 한 중소기업인으로부터 경영애로 상담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은 최근 지방공단에 입주했는데 지방산업단지관리공단이 최초 분양가의 1%에 해당하는 입회비를 내지 않으면 공장등록증을 발급해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김 사무관은 당장 대전청사를 나와 KTX를 타고 경북도청으로 향했다.
그는 경북도청의 지방산업관리팀장을 만나 관련 규정을 알아본 뒤 공단 현장을 찾아갔다.
확인 결과 입주 기업 중 6곳이 최고 2년10개월 동안 공장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는 공단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입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장등록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며 담당자를 설득했다.
그러나 공단 담당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단 입주 업체들이 회비를 내지 않아 애를 먹는다"며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김 사무관은 1박2일간 공단 담당자를 설득했다.중소기업이 공장등록증을 받지 못하면 정책자금을 쓸 수도 없고 각종 승인을 받지 못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계속 설명했다.
설득 3일 만에 입회비를 내지 않아도 공장등록증을 발부하고 입회비 분납도 가능하도록 했다.
요즘 중소기업청에서는 김 사무관처럼 모든 직원이 중소기업체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나간다.중기청은 지방중소기업청 직원 160명으로 이뤄진 '1357 현장기동반'을 만들어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는 현장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들 현장 행정조직을 1357기동반으로 이름 붙인 것은 전국 어디에서든 전화로 1357번을 누르면 중소기업청 관계자가 현장 애로사항을 접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홍석우 중소기업청장과 각 지방청장은 지난달 30일 대전청사 앞에서 이제 탁상행정을 완전히 없애고 현장에서 기업인들과 함께 애로사항을 풀어갈 것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홍 청장은 "1357이란 현장애로를 접수하면 1일 안에 현장으로 출동하고,3일 안에 지방청에서 처리하고,처리가 어려운 사항은 5일 안에 본청에서 대책을 마련하고,제도를 개정해야 할 경우 7일 이내 관계부처와 협의를 끝낸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160명의 중기청 기동반은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지 한 달여 만에 중소기업의 해묵은 어려움들을 많이 해결했다.
이 기동반은 광주 평동을 비롯해 목포 대불지역 외국인 투자지역에 입주한 기업이 3년 이내 투자계획을 제출하지 못하면 임대료를 10배나 더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기동반은 즉시 출동해 외국인 유치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10배의 임대료를 더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건의를 받았다.
기동반은 곧장 본청에 보고서를 올려 지식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외국인 투자지역 운영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덕분에 전국 12개 외국인 투자지역 기업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경기지역 지방공단에 입주해 있는 한 중소기업은 공단에 입주할 때 업종을 '기술연구개발업'으로 등록했다가 '제조업'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소극적인 법률 해석으로 인해 공장등록증을 발부받지 못하고 있었다.
기동반은 지자체로 달려가 협의를 통해 공장등록증을 발부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조치로 공장등록증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던 36개 중소기업이 혜택을 입었다.
김진형 현장애로대책단 부단장은 "이처럼 소극적인 법령 해석으로 고통을 겪는 것을 개선한 것만 20여건에 이른다"며 "작은 행정조치 하나가 중소기업들의 큰 어려움을 해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동반은 대덕테크노밸리에 26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5000여명에 이르는데도 버스노선이 없어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애로사항을 접수했다.
대전 기동반장은 곧장 대전시에 공문을 발송하고 행정부시장을 면담했다.
대전시는 면담 하루 만에 버스노선을 만들겠다고 문서로 회신해왔다.
기동반은 인천에 있는 텔레프론티어가 위성통신용 안테나의 성능시험을 받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자 인천지방중기청 개방시험설비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수출시장을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마에 28만달러어치 수출 주문을 확보해주기도 했다.
또 기술신보가 기술사업 타당성 평가를 할 때 평가수수료를 매번 받는다는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3일 만에 해결해주기도 했다.
이 밖에 기동반은 위탁폐수처리 비용을 완화해주고,수출대금 미수 채권을 회수해주기도 했으며 고용보험료 추가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인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현장행정을 벌이자 중소기업자들은 정부에 지방중소기업청을 지자체로 통합하려는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특히 한국여성벤처협회를 비롯해 한국이업종교류연합회 벤처산업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중소기업단체들은 지방중소기업청을 지자체로 이관하지 말아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