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造船, 이유있는 1위

탁월한 설계기술ㆍ풍부한 엔지니어 등
1) 탁월한 설계기술

2) 풍부한 엔지니어3) 월등한 조립능력

4) 해외선주의 신뢰

5) 中조선업의 한계
한국 선박은 조선업계의 '루이뷔통'으로 불린다.

경쟁국 선박에 비해 값이 비싸지만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한마디로 '명품 브랜드'다.한때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던 선주들도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의 전언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조선업만큼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춘 곳은 없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국내 조선업 성공의 비결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기술로 승부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의 최대 강점으로 탁월한 설계능력을 꼽는다.

드릴십(원유 시추선)과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등 고부가가치 해양 선박은 한국의 독무대다.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아예 만들 능력이 없다.

2005년 이후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 나온 32척의 건조주문을 한국 조선업체가 모두 싹쓸이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STX조선이 최근 세계 최대규모인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개발에 성공한 것도 한국의 기술력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배는 20피트(약 6m)짜리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2만2000개 실을 수 있다.

갑판 넓이만 축구장 4개에 이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풍부한 조선인력

어느 나라보다 조선부문 엔지니어가 많다는 것도 한국 조선업을 떠받치는 힘이다.

중국과 일본은 단기간에 한국의 생산성을 따라잡기 위해 배의 종류를 표준화.단순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공장에서 물품을 찍어내듯 똑같은 배를 시리즈로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새로운 배를 설계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선주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전략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조선업체에는 많아야 500명 정도의 엔지니어가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업체들은 회사마다 2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흉내낼 수 없는 생산능력

만들어진 부품을 조립하는 능력도 한국이 월등하다.

배 한 척에 들어가는 선박 부품은 대략 20만~25만개.이 많은 부품 하나하나마다 끼워 맞추는 노하우가 녹아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조선업 기술은 대부분 몸으로 익힌다"며 "한국은 선박 설계능력 등 기술도 뛰어나지만 부품을 조립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말했다.

설계도면을 그대로 베껴 가더라도 생산공정 전체를 아우르는 비법 만큼은 쉽게 모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선주와의 두터운 신뢰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덴마크 해운회사인 AP몰러로부터 85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주문한 선박을 납기 예정일보다 81일 앞당겨 인도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983년 6월 노르웨이 라이프훼그로부터 공기 단축에 따른 사례금으로 약 8000만원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26년간 총 215척 선박에 대해 154억원가량의 보너스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도 배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데는 '선수'다.


한계 드러내는 중국 조선업

중국은 올 1~4월 중 200척에 가까운 선박의 납기를 지연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이 사상 최초로 건조에 성공했다며 자랑한 LNG선도 사실은 약속한 날짜보다 6개월이나 지나 선주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납기 지연은 수주능력 감소로 이어져 전 세계 조선시장이 내년 이후에도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조선업체들은 앞으로 3년간 다시 순항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주말엔 중국의 대표적인 조선업체 중 하나인 후둥중화조선집단의 선박건조용 크레인이 무너지는 사고도 발생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사고"라며 "중국의 기술력에 의문을 갖는 선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