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지금 반성중...승가자정 위한 결계·포살법회 전국 교구 확산

"대중이 다 모이셨습니까?"
"이미 다 모였습니다."
"대중이 모여 화합함은 무엇을 하기 위함입니까?"
"보살계를 설하여 포살을 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직할교구 소속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첫 포살(布薩)법회의 교수사(법사)로 법상에 올라 대중들과 이같이 문답했다.

이날 포살법회에서 지관 스님은 보살계를 받은 이로서 지켜야 할 10가지 중대한 계율인 십중대계(十重大戒)와 그보다 가벼운 48가지 경구계(輕垢戒)를 100분 동안 설했다.

십중대계는 중생을 죽이지 말 것,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말 것,음행하지 말 것,거짓말하지 말 것 등을 담고 있고,48경구계는 스승과 벗을 공경할 것,술을 마시지 말 것,고기를 먹지 말 것,계를 범한 이를 참회토록 가르칠 것,병든 이를 잘 간호할 것 등 수행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포살은 승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름마다 특정한 장소에 모여 함께 계율의 조문을 읽으면서 이를 잘 지켰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구성원들의 활동 영역을 정해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결계(結界)와 함께 초기불교 이래의 오랜 전통이었으나 지금은 일부 사찰 외에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지관 총무원장 주도로 올해 중앙종회에서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을 제정해 지난달 18일 시작된 하안거부터 전국 25개 교구본사별로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승랍 30년·나이 60세 이상이거나 한 달 이상 입원 중인 경우,해외 연수·포교,군 복무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거에 앞서 결계신고를 하고 안거 중 포살법회에 참여해야 한다.

조계종이 결계·포살제도를 전면 시행한 것은 그동안 불거진 일탈행위들이 계율을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승가 전통의 자정제도를 통해 수행풍토를 진작하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포살법회 참석률과 실제 계율의 준수 여부다.

이날 조계사 포살법회에는 결계신고자 900여명 가운데 206명이 참석했다.

이번 하안거 기간에 6차례 포살법회를 하므로 참석자가 분산된다는 설명.또 계율을 어긴 사람은 대중 앞에서 숨김 없이 고백하고 참회토록 하고 있지만 이날 법회에선 아무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계율을 스승으로 삼으라(以戒爲師)'는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포살제도 정착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