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촛불' 현장 1인 시위
입력
수정
"촛불 뒤에 국민이 있다면 내 뒤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열리는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왜소한 체격의 한 남학생이 4일 홀로 양손에 "광우병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습니다.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 국민이 꺼야 합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한양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세진씨(25).이씨는 "쇠고기 수입 반대 쪽의 목소리만 지나치게 크게 들리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숨죽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여.
시위의 양상은 많이 변하고 있다.초기 광우병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됐던 것이 이제는 '공포'가 됐고 급기야 '정권퇴진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청계광장에 앉아 차분하게 촛불을 들던 손에는 경찰버스를 끌어내려는 밧줄이 대신 쥐어지고 시위현장에는 결국 물대포가 등장했다.
인터넷 토론방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나 시장개방에 따른 손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네티즌들은 이제 경찰의 강경진압을 증명하는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 퍼올리기에 바쁘다.
"(촛불집회가) 처음에는 일부 시민들이 순수하게 시작한 소비자운동이었는데 정치세력이 개입하면서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우병의 위험성이 일부 정치세력과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이제 국민 모두 차분하게 국익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날 이씨의 외로운 시위현장에는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젊은 사람이 좋은 일 한다" "합리적인 생각이다" "이제 촛불시위 그만해야 돼" "'비폭력'을 외치는 시위대가 오히려 폭력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뭐냐"….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도 잠시."개XX, 너도 대한민국 국민이냐"라는 인식 공격성 발언과 함께 폭력까지 행사하려는 일부 시민 때문에 1인 시위 현장은 순간 싸늘해졌다.
격려를 해주던 시민들도 황급히 자리를 뜨고 또다시 이씨만 외롭게 남겨졌다.과연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광우병'인지 자기만 옳다는 '독선'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열리는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왜소한 체격의 한 남학생이 4일 홀로 양손에 "광우병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습니다.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 국민이 꺼야 합니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한양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세진씨(25).이씨는 "쇠고기 수입 반대 쪽의 목소리만 지나치게 크게 들리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숨죽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여.
시위의 양상은 많이 변하고 있다.초기 광우병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됐던 것이 이제는 '공포'가 됐고 급기야 '정권퇴진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청계광장에 앉아 차분하게 촛불을 들던 손에는 경찰버스를 끌어내려는 밧줄이 대신 쥐어지고 시위현장에는 결국 물대포가 등장했다.
인터넷 토론방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나 시장개방에 따른 손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네티즌들은 이제 경찰의 강경진압을 증명하는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 퍼올리기에 바쁘다.
"(촛불집회가) 처음에는 일부 시민들이 순수하게 시작한 소비자운동이었는데 정치세력이 개입하면서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우병의 위험성이 일부 정치세력과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이제 국민 모두 차분하게 국익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날 이씨의 외로운 시위현장에는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젊은 사람이 좋은 일 한다" "합리적인 생각이다" "이제 촛불시위 그만해야 돼" "'비폭력'을 외치는 시위대가 오히려 폭력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뭐냐"….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도 잠시."개XX, 너도 대한민국 국민이냐"라는 인식 공격성 발언과 함께 폭력까지 행사하려는 일부 시민 때문에 1인 시위 현장은 순간 싸늘해졌다.
격려를 해주던 시민들도 황급히 자리를 뜨고 또다시 이씨만 외롭게 남겨졌다.과연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광우병'인지 자기만 옳다는 '독선'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