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측 집값 추락 왜?…"15억 하던 집 10억에도 문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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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말 경기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 3차아파트 261㎡형을 장만했던 김진선씨(56)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당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12억2000만원에 잡았을 때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지만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집값이 10억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같은 단지에 같은 규모의 급매물이 9억원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뒤에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에서 '대박신화'를 써왔던 경부고속도로 주변 수도권 남부권벨트의 집값이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버블세븐'으로 꼽히는 분당과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권과 맞먹는 집값을 유지했던 과천 등 '대표 선수'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얼어붙은 수도권 남부벨트
분당신도시 서현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올 상반기 단 1건의 매매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이씨는 "한때 최고 15억원까지 호가하던 시범단지 삼성한신 161㎡형이 최근 1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지만 문의전화 한 통 없다"며 "얼마나 더 떨어져야 매수세가 살아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과천 별양동 D공인 관계자도 "과천에서 집값이 1억~2억원 떨어졌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아파트 입주 여파로 급매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기대를 모았던 동탄신도시 집값도 약세다.입주 초기 4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시범단지 112~115㎡형의 매매가격은 올 들어 2000만~3000만원이나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기존 주택시장만 하락세를 보이는 게 아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과 비교해 청약률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 9월만해도 용인에서 분양한 래미안동천(1981가구)이 모두 1순위에서 평균 7.9대 1로 마감됐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29개 분양 아파트 가운데 흥덕 힐스테이트 등 3곳만 겨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을 정도다.
수원 인계동 화성연인 아파트는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해 사실상 '청약률 제로'의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수도권 남부벨트가 약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규모 공급물량 탓이 크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수도권 남부의 9개 도시(과천 제외)에서 매년 총 4만 가구 이상의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용인시의 경우 2005년부터 2년간 각각 5601가구와 4709가구만 분양됐지만 지난해는 1만3475가구가 공급됐다.
올해도 1만2938가구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물량홍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평택시 용이지구.안성시 공도지구에서도 수천가구가 쏟아진다.
과거 이들 지역 집값을 밀어올렸던 동탄2신도시와 광교신도시가 이제는 거꾸로 발목을 붙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신도시에서는 앞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상한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오른 기존 주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힘을 잃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수도권 남부지역 집값은 강남권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왔다.
각종 도로망 개설과 전철 개통으로 강남권으로 접근이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남부에 대형 주택 비중이 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6억원 이상 대형 주택은 각종 대출규제가 여전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아 수요가 급감했다.
광역교통망 확충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퇴근 교통길은 복잡하다.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경부고속도로축에 있는 수도권 남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그동안 과열양상을 빚으면서 집값이 급등했다"며 "따라서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도 큰 만큼 수요자들은 성급한 매수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종서/정호진 기자 cosmos@hankyung.com
당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12억2000만원에 잡았을 때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지만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집값이 10억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같은 단지에 같은 규모의 급매물이 9억원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뒤에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에서 '대박신화'를 써왔던 경부고속도로 주변 수도권 남부권벨트의 집값이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버블세븐'으로 꼽히는 분당과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권과 맞먹는 집값을 유지했던 과천 등 '대표 선수'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얼어붙은 수도권 남부벨트
분당신도시 서현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올 상반기 단 1건의 매매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이씨는 "한때 최고 15억원까지 호가하던 시범단지 삼성한신 161㎡형이 최근 1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지만 문의전화 한 통 없다"며 "얼마나 더 떨어져야 매수세가 살아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과천 별양동 D공인 관계자도 "과천에서 집값이 1억~2억원 떨어졌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아파트 입주 여파로 급매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기대를 모았던 동탄신도시 집값도 약세다.입주 초기 4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시범단지 112~115㎡형의 매매가격은 올 들어 2000만~3000만원이나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기존 주택시장만 하락세를 보이는 게 아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과 비교해 청약률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 9월만해도 용인에서 분양한 래미안동천(1981가구)이 모두 1순위에서 평균 7.9대 1로 마감됐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29개 분양 아파트 가운데 흥덕 힐스테이트 등 3곳만 겨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을 정도다.
수원 인계동 화성연인 아파트는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해 사실상 '청약률 제로'의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수도권 남부벨트가 약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규모 공급물량 탓이 크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 수도권 남부의 9개 도시(과천 제외)에서 매년 총 4만 가구 이상의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용인시의 경우 2005년부터 2년간 각각 5601가구와 4709가구만 분양됐지만 지난해는 1만3475가구가 공급됐다.
올해도 1만2938가구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물량홍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평택시 용이지구.안성시 공도지구에서도 수천가구가 쏟아진다.
과거 이들 지역 집값을 밀어올렸던 동탄2신도시와 광교신도시가 이제는 거꾸로 발목을 붙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신도시에서는 앞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상한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오른 기존 주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힘을 잃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수도권 남부지역 집값은 강남권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왔다.
각종 도로망 개설과 전철 개통으로 강남권으로 접근이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남부에 대형 주택 비중이 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6억원 이상 대형 주택은 각종 대출규제가 여전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도 만만치 않아 수요가 급감했다.
광역교통망 확충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퇴근 교통길은 복잡하다.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경부고속도로축에 있는 수도권 남부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그동안 과열양상을 빚으면서 집값이 급등했다"며 "따라서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도 큰 만큼 수요자들은 성급한 매수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종서/정호진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