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유로' 탄생 속도낸다


중동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의 경제 통합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GCC 6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9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2010년 '단일 통화' 출범을 위한 틀과 일정을 도출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중동판 유로(유럽연합 단일 통화)의 탄생'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통화 통합 이후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게 GCC의 궁극적인 목표다.

◆탄력받는 중동 단일통화GCC 회원국들은 2001년 통화 통합 추진을 결정하고 2010년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오만이 불참을 선언한 데다 쿠웨이트가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자국 통화를 미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포기하고 통화바스켓제도로 전환하면서 단일 통화 추진은 안개 속에 휩싸였다.

HSBC의 중동지역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윌리엄스는 "이번 GCC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동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단일 통화를 향한 회원국들의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의 찰스 시빌 이사는 "GCC 단일 통화 도입은 이 지역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 내 교역 비용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GCC 단일 통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인플레이션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과 달러 약세 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인플레이션율은 10%에 육박한다.이처럼 불안정한 물가는 단일 통화에 대한 각국 통화의 교환 가치를 정하는 데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포스트 아메리카' 막강 파워

GCC 통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과 오일 달러 때문이다.

GCC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40.1%(확인매장량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원유 생산량의 22.3%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초고유가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GCC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높이며 세계 경제의 주역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UAE 경제전문 일간지인 '비즈니스 24/7'에 따르면 지난해 GCC 회원국의 해외 투자액은 83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도(420억달러)의 2배,2000년(150억달러)의 5.5배다.

전문가들은 GCC의 경제 통합이 실현될 경우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힘이 약화되는 '포스트 아메리카' 시대에 각광받는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GCC(Gulf Cooperation Council)=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정치ㆍ경제 협의체.중동 인근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81년 안전보장과 정치ㆍ군사 협력을 목적으로 결성됐다.

이후 경제 분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되며 1983년 역내 자유무역 단계로 진입한 데 이어 2003년부터는 역외국가에 공통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동맹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