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민생대책] 촛불민심도 겨냥한 다목적용…약발은 '글쎄'

"오늘 대책은 시위현장에 나온 시민들이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도록 하는 대책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 말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고유가 대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시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당초 '근로자.자영업자 등을 위한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으로 붙였던 대책의 명칭도 발표 직전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으로 바꿨다.사실 당.정.청은 고유가보다는 촛불집회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촛불집회 자체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핵심이긴 하지만 유가 급등과 물가불안,일자리 감소,공기업 인사 및 개혁에 대한 불안감 등이 배경에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 때문에 현재 정국 수습을 위해선 '단순감기약'이 아닌 '종합감기약'이 필요하다고 인식했고,종합감기약 처방전의 하나로 이번 고유가 대책을 내놨다고 밝히고 있다.전문가들은 일단 고유가에 따른 서민들의 손실 보전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근로자 자영업자 등에게 연간 24만원을 지급키로 했는데 이는 한국의 소득 수준을 감안했을 때 웬만한 가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영세 자영업자 등이 고유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계층인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봐서도 단기지원액이 8조4000억원인데 전체 예산의 8%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진단했다.공공요금의 인상 억제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에도 이번 대책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에너지공기업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며 고유가 대처에 있어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소비진작이나 경기부양까지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지 않느냐는 부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이번 지원책이 심리적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소비진작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위원도 "단기 지원액 8조4000억원 등에 대해 국민들이 어느 정도 실효성 있다고 평가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나 버스업계도 지원의 기준점(경유 ℓ당 1800원)이 턱없이 높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더불어 이번 고유가 대책만으로는 당.정.청이 꼬인 정국을 풀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및 여권 내에서조차 인사권을 두고 권력투쟁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촛불시위 현장에선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외치고 있다.

공기업에선 구조조정에다 각종 사정기관의 조사로 불만이 팽배해 있으며 업계에선 경기부진 우려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이번 고유가 대책 논의를 위해선 야당의 국회 복귀가 불가피하며 이를 계기로 쇠고기 문제 논의의 장을 길거리에서 국회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도 이번 대책에 이어 비서진과 내각을 개편하는 인적쇄신안을 준비하는 등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양국 정상 간 대화 등을 통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사실상 한국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