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의 스승' 레스터 브라운 "인류 문명 지키려면 탄소배출 80% 줄여야"

"환경 측면에서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모든 국가가 동시에 강도 높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환경 지존''환경운동의 스승' 등으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 미국 지구정책연구소 소장(74)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인류 문명을 계속 유지ㆍ발전시키려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0% 이상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감축 시점도 유럽연합(EU) 미국 등이 제시하는 2050년이 아니라 10여년 뒤인 2020년까지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남극,히말라야 정상 등의 빙하 해빙 속도를 감안할 때 환경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게 브라운 소장의 설명이다.

브라운 소장이 말하는 탄소가스 배출량 감축 방안은 크게 세 가지.에너지 효율 제고,신재생에너지 활성화,조림사업 확대 등을 주문했다.

브라운 소장은 "환경 문제에 관한 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현재 갤런(3.78ℓ)당 3달러 수준인 미국 내 휘발유 값도 중동 지역에 투입하는 군사비,오염된 공기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비용 등을 감안하면 15달러를 넘는다"며 "정치인들이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0%를 충당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장기적으로 60%까지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브라운 소장은 "비용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사능물질 처리,사고 예방 등을 위해 투입하는 비용과 특히 일정기간 후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는 비용은 엄청나다고 그는 덧붙였다.워싱턴포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표현한 브라운 소장은 기존 화석에너지 중심의 경제인 '플랜A'를 친환경 에너지 위주의 '플랜B 경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그는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소비 최소화 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플랜B'라 정의하고 최근 '플랜B 3.0'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9~10일 양일간 한승수 국무총리,오세훈 서울시장,안상수 인천시장 등과 면담한 뒤 11일 한국을 떠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