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유가 200弗시대 대비하라"

브랜드수 줄여 비용 절감ㆍ車 '1부품 1g' 경감
일본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는 지난 4월 중기 경영계획에서 향후 3년간 회사의 대표 브랜드를 현행 27개에서 21개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브랜드 수를 줄이면 개별 브랜드에 투입되는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고,원자재 일괄 구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에 집중하는 게 채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20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석유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은 기본이고,독창적인 상품 개발과 브랜드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경쟁사와 제휴를 맺고 몸집을 불려 대응하는 기업들도 있다.

아사히맥주와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기린맥주는 지난해 말 10억엔(약 100억원)을 들여 오카야마 공장에 바이오가스엔진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공장 내 오폐수를 활용해 전력을 얻는 장치로 전기요금을 60% 이상 절감할 수 있다.회사 측은 현 유가 수준이면 8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값이 오르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여 맥주 소비자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무기기업체인 리코는 자체 개발한 '최단 배송 루트'를 통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고 있다.최근 조기 납품 예약 시스템도 도입,부품업체를 대상으로 4일 전에 납품 시한을 알려줘 한꺼번에 제품이 몰려 빚어지는 혼잡을 피하고 있다.

이 회사 사노 미쓰히로 영업부장은 "납품 시간을 분산하고,배송 루트를 개선해 연료비용을 10%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통해 공세에 나선 회사들도 많다.

화학업체인 구라레는 PC나 휴대폰 등의 충전용 플러그에 사용되는 내열성이 강한 특수수지를 개발,관련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강화필름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토 후미오 사장은 "평범한 제품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기능성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 '저연료 자동차' 생산을 늘려 고유가에 대비하고 있다.

또 부품업계와 손잡고 차체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개선을 위해 '1부품 1g 경감 운동'도 실시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미국 중국에 이어 2010년께부터 태국과 호주에서도 전략 차종인 '캠리'의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시작한다.

현재 캠리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을 활용해 태국에서는 2009년 말,호주에선 2010년 생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0년대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현재의 두 배 정도인 연산 1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전기자동차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2011년 1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전기로 움직이는 경자동차 '아이(i)'를 시판한다.

고유가로 업계 구조도 재편되고 있다.

타이어 업계 1위인 브리지스톤과 4위인 동양고무공업은 지난달 16일 자본 제휴를 선언했다.원유와 천연고무 가격 상승에 공동 대처하고,신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최인한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