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D-1] 정부대책은 '軍화물차 100대 투입' 뿐


'군 컨테이너 화물차 100대 투입.'

개인 화물차주 조합인 화물연대가 13일 전국적인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11일까지 내놓은 대책 중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내용이다.고유가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유가보조금(이달 말 만료) 지급 연장은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불과해 화물연대로부터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핀잔만 들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 스스로도 "이 정도는 누구나 예상했던 방안"이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2003년 물류대란을 두 차례나 겪었던 정부가 그동안 도대체 무슨 대책을 마련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창원의 한 화주업체는 "구조적인 문제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5년 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물류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11일 정부가 제시한 '화물운송시장 안정대책' 내용도 알맹이 없는 립서비스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안전대책은 크게 네 가지.△운송료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 △운송료 현실화를 위한 기업별 협상 지원 △파업에 돌입하지 않도록 화물연대 설득 △불법 행동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 등이다.그 중에서 정부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화주 및 운송업체들에 화물연대와의 운송료 인상 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는 것.정부가 이번 물류대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사실상 자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구체적인 운송료 표준운임제의 경우도 2003년 물류대란 때부터 주요 대책의 하나로 거론됐던 사안이다.

이번에도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주어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빨라야 2년 뒤에나 도입 가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개인 화물차주들의 수입을 갉아먹고 있는 다단계 운송알선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3년 대란 때도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물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부도 다단계 운송알선이 화물차주들의 수입을 떨어뜨려 결국은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지난 10일 파업 돌입선언을 위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다단계 운송알선이 고질화돼 있어 개인 화물차주들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몇 년째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의 협상시스템도 엉망이다.

화물연대가 물류와 관련돼 있다고 해서 협상의 주무부처는 국토해양부이다.

그러나 지난 4월께부터 본격화된 협상에서 양측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국토부가 핵심 사안을 풀 수 있는 실질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유가격 인하,면세유 지급 등 주요 사안들이 대부분 재정기획부의 '재가'를 필요로 한다.

협상에 참여했던 국토부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어려움을 양측이 충분히 이해하고 서로 격려해주기도 한다"는 말로 해명을 대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 예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경유가격 급등에 있긴 하지만 운송료 인상이라는 일회성 처방으로는 물류대란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적정한 운송료 가이드라인과 운송시장에서의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물류시장 구조를 이번 기회에 뜯어고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다단계 차량 알선,화물차 지입제 등의 문제점을 고치고 운송회사를 대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현재 운송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화물차 운송료 등이 투명한 시장시스템 속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운송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