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이공계 살리기는 유치원부터"

독일 기업들이 심각한 이공계 전문가(엔지니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조기 과학교육 지원 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지멘스 보쉬 등 독일 대기업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유치원에 자금과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유럽 국가들에선 최근 이공계 출신이 줄어들면서 산업계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독일의 상황은 심각한 실정이다.

독일 엔지니어협회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9만5000명의 기술자들이 필요한 상태이지만 현재 훈련받고 있는 이들은 4만명에 불과하다.지멘스는 3~6세 어린이들의 과학 실험에 필요한 도구를 담은 3000개의 '디스커버리 박스'를 독일 전역에 있는 유치원에 보급 중이다.

또 유치원 교사들을 대상으로 이 교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이 박스는 개당 500유로(약 80만원)짜리다.지멘스는 중국 남아프리카 아일랜드 콜롬비아 등에서도 유치원에 유사한 과학 교구를 제공하고 있다.

보쉬는 수습 사원들을 유치원으로 파견,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어린이들을 회사로 초청,엔지니어링 분야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프란츠 페렌바흐 보쉬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의 발전은 혁신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볼프강 말코우 보쉬 인사담당 임원도 "미래에 필요한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유치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멘스의 '제네레이션21'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리아 슘차우더는 "학교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며 "이보다 더 일찍 어린이들이 과학과 기술을 이해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회장은 "인재 부족은 개별 회사보다는 독일이라는 국가의 실패"라며 "회사로선 독일인 엔지니어를 고용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에서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