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수빅서 다시 쓰는 '造船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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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서 못이룬 세계 빅4 실현"70만평 초대형 조선소 첫 선박 건조
"부산 영도서 못이룬 세계 빅4 실현"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수비크만.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거운 태양 아래 70만평 규모의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 한가운데 '디오릭스(DIORYX)'라고 쓰여진 컨테이너선이 보였다.
한진중공업이 수비크만에서 만들어낸 첫 선박이다.디오릭스는 선박을 주문한 그리스 해운회사 이름.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은 "허허벌판이었던 수비크만에 조선소 건립을 위한 첫삽을 뜬 지 2년1개월 만에 무사히 첫 번째 배를 만들어냈다"며 "신생 조선소에서 납기일에 맞춰 차질없이 선박을 건조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디오릭스호의 시운전 기간을 3박4일로 잡았지만,잔고장 하나 발견되지 않아 길게 배를 몰아 볼 필요가 없어 2박3일 만에 항구로 되돌아왔다.한진중공업은 한국 조선업계의 '종갓집'이다.1937년 부산 영도에 한국 첫 조선소를 지은 지 70년이 넘었다.
국내 첫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 등 대한민국 조선역사의 초창기 기록은 모두 한진중공업 몫이었다.
그러나 8만평에 불과한 영도조선소 부지면적이 사업 확장의 발목을 잡았다.후발주자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조선소가 100만평 이상의 조선소를 만드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봤다.
한진중공업은 이런 '한(恨)'을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풀기로 한 것.배들이 안심하고 지나다닐 만큼 수심이 깊었고 1992년까지 미 해군 기지가 있었던 덕에 기본적인 인프라도 갖춰져 있었다.
박 사장은 "수비크조선소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조선소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규모가 크다.
70만평 규모의 수비크조선소에는 두 개의 도크가 들어선다.
길이 370m짜리 '제1도크'는 작년에 완공돼 세 척의 배가 동시에 건조중이다.
올 하반기에 지어질 제2도크는 길이가 550m에 달한다.
세계 최대 수준이다.
'경제성'도 어느 조선소 못지 않다.
수비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만페소(약 24만원)를 약간 웃도는 수준.저임금의 대명사인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로 '2교대 24시간 근무 시스템'도 도입한다.박 사장은 "수비크조선소가 이미 확보한 주문만 39척,39억달러에 달한다"며 "수비크조선소 제2도크가 완공되면 한진중공업은 당당히 세계 '빅4' 조선소 반열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수비크(필리핀)=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