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CEO 10명중 9명 "올해 경영목표 달성 어렵다"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10명 중 8명꼴로 지금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으며,하반기 경기를 상반기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90%가 넘는 CEO가 올 경영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21%는 하반기 투자계획을 당초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경제신문이 19일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CEO 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8%(26명)가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더 나쁠 것으로 예상했고 9.1%(3명)는 매우 나빠질 것으로 대답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올해 수익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분석했다.

수익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CEO는 9%(3명)에 불과했고 90% 이상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78.8%(26명)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고,12.1%(4명)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CEO의 84.9%(28명ㆍ중복 응답)는 고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이 안정적 수익 확보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최대의 경영애로라고 지적했다.

노사문제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꼽은 CEO도 45.5%(15명)에 달했고 36.4%(12명)는 환율 급변동 및 정책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대답했다.대기업 CEO들이 예상한 하반기 국제유가는 현재(130달러 선)보다 높은 배럴당 130~150달러가 66.7%로 가장 많았고 원ㆍ달러 환율은 1000~1050원이 54.5%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영계획의 초점을 지속적인 원가 절감을 통한 위기 대처(36.4%)와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57.6%)에 두겠다는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초 경영계획을 그대로 끌고 나가겠다는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하반기 투자계획과 관련,75.8%는 연초 잡은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1.2%는 '계획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반기 중 제품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값을 올릴 계획이 있다'는 기업이 39.4%로 '없다'는 기업과 똑같았다.

그러나 21.2%에 달하는 무응답을 고려할 때 가격인상을 저울질하는 기업은 전체 대기업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대기업 CEO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C학점을 준 비율이 39.4%로 가장 많았고 B학점(27.3%)과 D학점(21.2%)이 엇비슷했다.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서는 '보통이다'가 69.7%로 가장 많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대답도 21.2%(7명)에 달했다.

CEO들은 당초 기대와 달리 규제개혁의 속도가 더디며 인위적으로 정부개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이 성급하게 나오고 정책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국정혼란과 관련해선 '국민과의 소통부족'(66.7%)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시민단체ㆍ노조 등의 과도한 정부 흔들기를 꼽은 CEO들도 있었다.

CEO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친화 정책과 성장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안정적 노사관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설문에 응한 한 CEO는 "이명박 정부는 기대와 달리 인위적 시장 개입이 많고 기업희생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 설문참여 CEO들 ]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김영철 동국제강 사장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김해관 동원F&B 사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남중수 KT 사장 △박영호 SK㈜ 사장 △박종헌 삼양사 사장 △변정수 만도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서경석 GS홀딩스 사장 △서승화 한국타이어 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손욱 농심 회장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 △이동희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 △이성희 두산엔진 사장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 △이종철 STX 부회장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 △조남홍 기아자동차 사장 △조영주 KTF 사장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허승조 GS리테일 사장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