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일자리 전쟁중] <2> 아일랜드 대학은 벤처양성소

실전경영 교육 맞춤 프로그램, 현직 기업인들이 직접 강의까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동쪽 끝 옛 선착장 인근엔 아일랜드 최고 명문인 트리니티대학 부속 기업센터가 있다.바로 벤처기업 인큐베이터가 있는 곳이다.

수산물용 컨테이너 창고로 쓰이던 낡은 벽돌 건물들을 개조해 만든 허름한 건물이지만 입주기업은 첨단이다.

30여개 입주기업의 실력은 쟁쟁하다.미국 나스닥기업에 거액에 팔렸거나 반도체 장비나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다.

한때 서울 테헤란로에서 번듯한 인테리어만 자랑하다 거품처럼 사그라진 한국의 일부 벤처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속이 꽉찬 '알짜배기'들로만 구성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실있는 '창업'이 활발한 배경으로는 대학의 실용적인 창업교육과 이를 잘 활용한 벤처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꼽을 수 있다.트리니티대학은 1995년부터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벤처기업들을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물리학과 의약,IT,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대학 측 설명.

이온 오닐 트리니티대학 기업가과정 이사는 "아일랜드의 대학은 친기업적인 교육체계를 설계해 현장과의 친밀도를 높여 창업 성공률을 높였다"면서 "대학 내 기업양성소 역할을 하는 기업센터에는 '제2의 구글'을 꿈꾸는 학생과 연구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이곳에서 2005년 음식물 리스크 분석 사업을 시작하며 벤처사업의 첫발을 뗀 코로넌 맥나마라 크림(CREME) 사장은 "6년 전 트리니티대에서 식료품의 화학물 분석과 이와 관련한 데이터관리 및 소프트웨어 연구를 하다가 3년 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직 직원 4명에 매출규모는 90만유로(15억원) 정도로 작지만 매년 100%씩 회사가 성장하는 등 사업이 본 괘도에 오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트리니티대학 출신 연구원들이 활발하게 창업에 나서는 데는 대학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학은 맞춤형 창업전문과정들을 다수 운영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Entrepreneurship Program)'.매년 60명을 대상으로 20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초기 3주간은 일반 경영학관련 이론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은 4주차 이후부터 들어가는 '기업가 포럼'과 '기업가 툴키트''비즈니스 스킬'과정.

아일랜드에서 활동 중인 주요 회사의 경영인이나 대학에서 양성된 벤처기업 출신 현직 기업인들이 △벤처창업 청사진 작성 △지식재산권 △팀 빌딩 △벤처투자 등에 대해 현장감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주요 로펌과 이노베이션센터,중소기업 등에서도 전문가들이 파견돼 강의를 진행한다.

이공계열 과학도들이 일반인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치는 등 커리큘럼이 아주 구체적인 게 특징이다.

또 매 과정은 현직 기업인들을 '재판관'으로 삼아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 정부도 연구 결과를 상업화하는데 직ㆍ간접적인 도움을 줘 자발적 창업을 북돋우고 있다.

지난 3년간 주요 연구들에 대해 아일랜드정부는 400만유로(63억원)를 투자해 국가가 벤처캐피털 역할을 했다.

국가가 꾸준한 연구 결과 투자에 나서자 10년 전 아일랜드에 단 한 개도 없었던 벤처캐피털도 지금은 20개 이상 활동하고 있다.펠릭스 오리건 아일랜드은행연합회 PR담당 이사는 "아일랜드는 금융,IT,바이오 분야에서 대학교육 수준이 높고 관련 인력풀도 훌륭하다"며 "특히 창업과 관련한 특화 교육과정이 많고 금융인,기업인이 멘토가 돼 창업수업이 현실감 있게 진행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로스앤젤레스(미국)=윤기설 노동전문 /코펜하겐(덴마크)=김철수/더블린(아일랜드)=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