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공기업인사 언제까지 끌 것인가

공기업 사장 인선이 지지부진이다.

정부가 일괄 사표를 받은 뒤 동시다발적으로 공모작업은 진행돼 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후임자 선임이 난항을 겪는다는 소식이다.경제도 어려운 판에 경영공백도 걱정이지만 공기업 전반에 대한 개혁 프로그램에 차질(蹉跌)이 빚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 자못 염려스럽다.

몇몇 공기업의 경우 공모에 들어간 게 지난 4월 초였다.

근 3개월째 새 사장을 뽑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재공모와 재재공모까지 하면서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으니 이런 비능률이 있나 싶다.

한국수출입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KOTRA 같은 곳이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어떤 곳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스스로 면접까지 한 후보를 추천하면서 "적임자가 없으면 재공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해 그 배경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내정자가 따로 있다는 말인지,정부와 추천위 사이에 도대체 무슨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시간을 끌 것이라면 임기제 취지를 무시한다는 비판까지 받아가면서 일괄 사표는 왜 서둘러 받았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과정은 투명하게 하되,인사는 빨리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이미 사표를 낸 사람이 몇 개월째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지만 장기간 경영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어쩔 것인가.

민영화든,선진화든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라도 경영진 인선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

더구나 현재 후보자가 압축된 곳에서도 또 재공모 가능성이 높은 곳이 있다는 소식이니,사장선임이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경이 됐다.

빨리 인선을 매듭지어 경제 난국 돌파(突破)에 공기업도 적극 한몫하게끔 해야 한다.

물론 인선을 서두른다 해도 적법한 절차는 지켜져야 하고,특히 적임자 선택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새로 선임된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장들을 보면 최선의 인선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대선때 여권에 기여한 인사나 총선에서 낙천.낙선자 기용을 위한 무늬만의 공모도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개월에 걸쳐 재공모까지 하고도 공기업 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를 외면하고 '보은인사''코드인사'로 귀착된다면 정부불신만 조장시킬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