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괴담' 식품업계는 딜레마] 소비자단체 압력에 업계 곤혹

"일단 지나가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입니다.네티즌과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의 압력이 거세 GM옥수수(유전자변형 옥수수)를 쓰기도 어렵고 안 쓰자니 대체재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올 들어 이물질 사고,광우병 파동에 이어 GM옥수수 논란까지 불거져 깊은 시름에 빠진 식품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고 있다.기존 전분당 재고가 곧 바닥 날 예정이어서 새로운 재료를 구입해야 하지만 당장 많은 물량의 대체재를 구하기 어렵고,그렇다고 요즘 분위기에서 GM옥수수를 사용할 수도 없는 처지다.

식품업체 A사 관계자는 "여론이 무서워 'GM옥수수 프리'를 선언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GM옥수수 프리 선언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막연한 선언이 아니라 대체재 확보 방안과 추가비용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GM옥수수를 대체재로 바꾸는 것은 필연적으로 원가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업체들은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부 업체들이 대체재로 선택한 설탕은 옥수수 전분당과 가격이 비슷하지만 2000년대 초 비만과 충치의 주범으로 몰렸던 터라 이상적인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C사 관계자는 "전분당 대신 설탕을 찾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언제 또 설탕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될지 두렵다"고 말했다.반면 D사 관계자는 "GM옥수수가 유해하다고 밝혀진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무작정 GM옥수수를 쓰는 업체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난감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식품업체들은 시민단체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놓고 반박하진 못하는 실정이다.

잘못 나섰다가는 집중 성토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