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 회장ㆍ윤영환 대웅제약 회장, '러브레터' 주고받아

"명절 때마다 보내 주시는 '우루사'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경영자가 (우루사처럼)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회장님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요즘 웅진그룹의 성장세를 보면 18년 전 경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회장님을 찾아 뵈었던 당시의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 전수받은 '스킨십 경영'은 지금 우리 회사를 이끄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윤영환 대웅제약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3)과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74)이 최근 서로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러브 레터'를 주고받았다.윤석금 회장이 지난 5일 "30년 동안 복용해 온 우루사 덕분에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신세를 면하게 됐다"는 감사 편지를 보내자 윤영환 회장이 "오히려 우루사의 VIP 고객이 돼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신을 지난 19일 건넨 것.

업종도 판이하고 연배 차이도 있는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는 '연인'과도 같은 사이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확장하던 윤석금 회장의 능력을 눈여겨 보던 윤영환 회장이 "한수 배우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한 것.기업 오너들이 친목 도모나 사업 제휴가 아닌 각자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당시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사실 안정적인 약사(윤영환 회장)와 당대 최고 영업 맨(윤석금 회장) 생활을 접고 기업가로 변신한 것이나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단시일에 업계 선두권에 오른 것 등 비슷한 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서로에게 끌렸다.윤영환 회장은 당시 만남에 대해 "임직원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식사는 물론 수시로 목욕도 함께 한다는 윤석금 회장의 '스킨십 경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웅진을 큰 기업으로 이끌 경영자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고 회고했다.

윤석금 회장 역시 "한국 기업인 중에 자신보다 작은 회사를 거느리는 나이 어린 경영자를 찾아와 '경영노하우를 알고 싶다'고 말할 오너가 어디 또 있겠느냐"며 "윤영환 회장과 만난 뒤 임직원들에게 '저런 게 진정한 경영자의 모습'이라고 강조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윤영환 회장이 윤석금 회장에게 우루사를 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B형 간염 보균자였던 윤석금 회장이 10여 년 전부터 우루사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만큼 '벤치마킹 수업료'로 우루사 만한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윤석금 회장은 답례로 웅진식품에서 만드는 홍삼 제품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뜸했다.

사업 영역이 상이한 데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키우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저 명절 때마다 들어오는 우루사와 홍삼을 마주하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데 만족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멀어져 가던 두 사람을 다시 붙여놓은 건 최근 윤석금 회장에게 날아온 건강검진 통지서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생겼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소식에 윤영환 회장의 얼굴부터 떠오른 것.주변에서는 "우루사가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지만 B형 간염 치료제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윤석금 회장은 "특별한 약을 복용한 적이 없는데도 항체가 생긴 건 우루사를 장기 복용한 덕분"이라며 감사 편지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편지에 윤영환 회장도 펜을 들었다.그는 편지에서 18년 전 만남을 회상하며 "회장님의 창의적인 생각과 실행 방법을 대웅제약 임직원들에게 전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