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통폐합에 靑 파견공무원들 '뒤숭숭'


"토요일까지 원대복귀할지,남아서 다른 부서에서 일할지를 결정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A행정관)

"지금 나가면 돌아갈 자리도 없어요.중앙공무원교육원에 가서 교육이나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일손이 잡힐 리 없잖아요."(B행정관)요즘 청와대가 뒤숭숭하다.

출범한 지 석 달여 만의 전면 물갈이 인사로 윗선에서부터 맨 아래 행정관까지 거취문제로 쉽게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24일 단행한 조직 개편으로 정무팀(정무 민정 외교안보수석실 및 홍보기획관실)은 인원이 30여명 늘어나지만 정책팀(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수석실)은 그만큼 감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통폐합되는 재정경제ㆍ금융비서관실과 국책과제1,2비서관실,문화예술ㆍ관광체육비서관실 등은 통합 후 인원이 그 전에 비해 5∼6명씩 줄어들게 된다.

핵심 국정과제인 대운하사업을 접으면서 업무가 줄어든 국정기획수석실에서는 국책과제1,2비서관실이 '국책과제비서관실'로 합쳐짐에 따라 비서관 1명과 행정관 5명(19명→14명)이 자리를 떠야 할 처지다.

업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통합키로 한 재정경제비서관실과 금융비서관실도 한 개 조직(경제금융비서관실)으로 통합되면서 역시 비서관직 1개와 행정관직 5∼6개(21→15∼16개)가 감축될 것으로 전해졌다.가장 먼저 거취를 결정한 것은 정치권 출신 행정관들.이들은 수석비서관들의 전원교체가 결정되자 주군(主君)(?)을 따라간다며 청와대를 떠났다.

학교나 연구소에서 왔던 수석이나 비서관들도 원대복귀를 위해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다.

문제는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다.행정부 출신의 한 행정관은 "이번 토요일까지 거취를 정하라지만 소요인력 규모를 감안할 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인사철도 아니어서 십중팔구 공무원교육원에서 다음 인사 때까지 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라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고위 공무원은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기대를 품고 청와대에 왔는데 이렇게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토로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관계자는 "신설되는 부서에서 필요 인원을 뽑고 나서 모자라는 인원은 정책팀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라며 "부처로 돌아가는 인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 공무원 출신 행정관들이 원대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연말 인사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청와대 기존 부서에서 일을 하도록 배려(?)한다는 계획이다.인사 관련 관계자는 "청와대에 입성할 때 한 달 동안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였는데 앞으로 한 달도 안정된 분위기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