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수비에서 공격으로

상반기 총수신 17조 5천억원 증가
中企연체율 증가 등 대출 관리는 과제

강정원 행장 취임 이후 외형 성장보다 내실화에 주력해 왔던 국민은행이 올 들어 공격적인 행보로 은행 자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앞두고 규모를 키워 리딩뱅크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국민은행의 의지가 올해 상반기 은행경영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자산이 경기 불황기에 눈에 띄게 늘어난 만큼 부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다른 한편으로 국민은행의 덩치 키우기가 강정원 행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간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KB금융지주 회장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된다.

◆국민은행 여수신 증가율 1위

6월26일 기준 국민은행의 원화대출은 168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6조2000억원(10.6%) 늘었다.

6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상반기 대출액 증가액과 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액을 8조4000억원(16.7%) 늘려 경쟁 은행을 압도했다.반면 이 기간 중 다른 은행들은 중기 대출을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인 4조원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또 상반기 동안 총수신을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7조5000억원(11.5%) 늘렸다.

우리,신한은행 등 경쟁 은행들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외형 늘리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국민은행의 자산은 245조원으로 우리은행(236조원)과 신한은행(232조원)을 간발의 차로 앞섰을 뿐이다.

◆대출 연체 관리가 관건


국민은행이 대출을 급격히 늘린 상반기는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때다.

대출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이 주로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조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동안 17조원의 총수신 중 절반 이상인 9조1000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끌어들였다.

6월 말 국민은행의 CD 발행액은 26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1.7% 늘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CD로 조달한 자금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많기 때문에 CD 금리가 오르더라도 은행이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반기 중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각각 3조5000억원,2조3000억원의 요구불예금이 줄어드는 등 대부분 은행에서 요구불예금이 빠져 나갔다.

유일하게 하나은행만 1000억원 상당의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펀드 수탁액을 1조5000억원(9.53%) 늘려 증가율 면에서 가장 앞섰다.

이 기간 중 우리은행의 정기예금과 대기업 대출 잔액은 각각 11조1000억원(22.1%),4조6000억원(58.2%) 증가해 모두 1위에 올랐다.가계대출에서는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5조4000억원(6.0%)을 늘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