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경제정책' 토론회] "떼법 날뛰면 모두 패배자 전락"


"정부는 시위대가 국민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자신감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진력해야 한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은 1일 'MB 경제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가 쇠고기 정국 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산적한 경제 현안들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서강대 시장경제연구소(소장 곽태원)와 사단법인 오피니언리더스클럽(회장 홍성렬)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김 명예교수 외에 진념 전 경제부총리,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등이 참석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 명예교수는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이것이 편의주의인지,무원칙주의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기영합주의인지 헷갈린다"며 "법질서 유지,교육 등 사회간접자본 공급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최소한의 정부 과제 중 어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쇠고기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그는 "현재 자제하고 있는 '조용한 다수'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음을 자각해야 상생의 길이 열린다"면서 "떼법이 6법을 깔고 뭉개면 국민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바로 손댔어야 하는 규제 개혁,공공부문 개혁은 뒤로 미루고 경기진작책,쇠고기 문제 등을 앞세웠다가 혼란만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임태희 의장은 "규제 완화와 민간 자율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기업들 팔을 꺾어 통신비 인하와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결과를 내놓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원칙과 방향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현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황에서는 자꾸 무리한 정책을 내놓지 말고 고통 분담을 해가며 원칙을 바로잡아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정책"이라며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진 계층이 다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계민 주필은 "당장은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나 하반기 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은 경기 침체를 막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공기업 민영화 등 경제 개혁 정책을 더이상 미뤘다가는 더욱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국환 차관은 "MB노믹스가 만들어진 것이 작년인데 그때와 지금은 유가 등 경제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져 정책 기조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일 쇼크,중국 쇼크,쇠고기 쇼크 등 세 가지 쇼크를 구조적으로 처방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배 차관은 "현재는 서민경제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공기업 민영화 등 여러 정책들이 추진되도록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고 있으며 당초 약속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도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