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소비자 대상] (상반기.上) 名品은 불황에 강하다

디자인+첨단기술+프리미엄 서비스…

올 상반기 국내 소비의 키워드는 단연 '명품'이었다.또 '명품'을 비롯해 '프리미엄' '하이엔드' 등으로 표현되는 '고급화' 바람이 전반적인 소비시장을 주도했다.

경기 하강과 생활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도 패션 잡화 시계 보석 등의 명품 브랜드는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올 들어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다 3,4월에는 20%대 증가세를 보였고,5월에는 39.1%로 월별 기준으로 200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6월에는 봄 신상품을 싸게 파는 시즌오프 세일 행사에 힘입어 40%대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명품은 불황을 모른다'는 유통업계의 속설이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는 확실히 입증된 셈이다.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수입차 시장 규모도 커졌다.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2만7869대로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다.

과소비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지만 명품이나 수입차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거나 과시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급을 선호하는 소비 행태는 고가의 명품이나 수입차에 국한되지 않는다.가전이나 IT(정보기술)기기 시장에서 '프리미엄'이나 '하이엔드'로 표현하는 고급 제품이 인기를 모았고 여성 의류나 아동용품,아웃도어 등의 상품군에서도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비싸고 인지도가 높은 고가 브랜드들이 선전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할 때는 소비 양극화와 함께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와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가격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품질이나 디자인 인지도 등에서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가 불황에 오히려 강한 상품이 될 수 있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2008년 상반기 한경소비자대상'에 선정된 제품에도 이 같은 경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전이나 생활용품 IT 등 각 부문에서 '명품급'으로 인정받거나 더욱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업그레이드돼 '프리미엄급'으로 가치가 상승한 브랜드와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한경소비자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적인 제품은 가전부문의 삼성전자 '파브'(TV)와 LG전자 '트롬'(세탁기).'파브'는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TV 제품 통합 브랜드로,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형 LCD TV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3월에는 세계시장을 석권한 '파브 보르도'보다 기술과 디자인에서 한 단계 진화한 '파브 보르도 650 LCD TV'를 선보여 재차 주목받았다.

LG전자가 2002년 처음 선보인 '트롬'은 빨래를 삶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스팀 트롬' 기술로 세계 드럼세탁기 시장을 장악했다.

올해는 빨래를 넣고 빼는 드럼의 출입구를 기존 제품보다 18㎝ 높여 사용자의 허리.무릎에 주는 충격을 절반으로 줄인 '프리 업 트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 자동차 부문의 BMW 528i는 올해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히트 제품이다.

올 들어 5월까지 국내에서 1785대가 팔리며 수입 자동차 모델별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능이 업그레이드되는 IT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애니콜'(휴대폰),삼성전자 '센스 Q45',도시바 '새틀라이트 A200'(노트북) 등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화해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제품들이 각광받았다.

현대오토넷 '폰터스 이글 스페셜'(내비게이션)은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고급화를 선도하는 제품.다양한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프리미엄급 내비게이션으로 가격이 135만원에 달한다.

생활가전부문의 청호나이스 '이과수 얼음정수기'와 '이과수 공기청정기'는 디자인 혁신으로 제품 가치를 극대화한 케이스.제품 기능 조작부에 고급 에어컨이나 휴대폰에 주로 쓰이는 터치센서를 적용하고,백색이나 은색이 대부분인 기존 제품들과 달리 광택이 나는 흑색,자주색 등 감각적인 색상을 사용해 고품격 인테리어 생활가전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교원L&C '웰스정수기'는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물을 물 낭비 없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정수기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교육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어학원)는 강사 일정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강생 개개인의 일정에 맞춰 강의를 진행하는 맞춤식 '프리미엄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