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빨간불 켜진 경제 군살부터 빼야

민경석 < 경북대 교수·환경공학 >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촛불 집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집회 참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요구에서 반정부 투쟁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성토하는 이들의 목소리 앞에 유가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제위기 등 국가차원의 중대 현안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한 느낌이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데에는 국민들과의 소통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그렇지만 대안 없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며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일부 극단 세력들을 지켜만 보고 있기에는 지금 우리 경제가 보내는 위험 신호가 너무나 다급하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기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진입했고 추가적인 경기위축마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작년 12월의 전망치 대비 0.9% 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1분기 실질 국민소득(GNI)도 전 분기 대비 1.2% 감소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5월 중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9% 올랐다.성장,물가,소비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빨간 불이 켜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시스템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국가적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만성적인 비효율을 감안할 때,공기업 혁신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난 4월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 운영실태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최근 5년 새 공기업 인력은 31.5%가 늘었지만 부채는 60.8%나 증가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공기업ㆍ준정부기관 2007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모두 전년에 비해 경영실적이 악화됐으며,절반에 가까운 기관이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지침을 어겼는가 하면,당기순손실을 기록하거나 사업추진 실적이 미미한 곳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공기업부문의 비효율과 낭비를 바로잡기 위해서 민간기업의 경영효율성을 접목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 공기업 개혁의 본질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설명을 곧이 듣는 국민들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긍하지만,그 방법이 꼭 민간 참여를 전제로 하는 전문화라야 하느냐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 밑바탕에 깔린 공익성 훼손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또 다시 촛불을 든 시민들의 손에 의해 거리에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괴담에 뿌리를 둔 감정적 공방(攻防)보다는 민간이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기대 효과와 공익성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문제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류에서 관광으로,또 환경으로 명패만 바꿔다는 식의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정말 옳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일이다.

정부와 학계,시민단체와 민간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이 서로의 견해를 공식적이고 안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그 결과를 반영해 정책의 현실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본격화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