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일속 M&A책임자 이례적 외부노출 왜?

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증권가에는 두산의 자금력을 의심하는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 후유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베팅할 만한 돈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골자였다.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두산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에 모아졌고 또 다른 루머가 확대 재생산됐다.

"자사주를 매각한다" "유상증자를 준비중이다" 등의 '카더라 통신'이 활개를 쳤다.

소문이 불거질 때마다 주가는 출렁거렸다.두산그룹이 이런 시중의 '자금부족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참고만 있기엔 루머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두산그룹의 M&A를 총괄하는 이상하 CFP(Corporate Financial Project)팀 전무는 3일 기자실을 찾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해명했다.

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자금조달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CFP팀의 수장이 직접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CFP팀은 직원 주소록에도 전화번호가 올라 있지 않을 정도로 외부 노출을 극히 꺼리는 조직이다.

이 전무는 "내년 그룹 전체 차입금은 4조원대로 금리를 연 6% 정도로 가정할 때 연간 금융부담은 2400억원 수준"이라며 "이에 비해 이자와 세금 등을 지급하기 전(前) 이익을 뜻하는 에비타(EBITDA)는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을 통한 이익규모가 이자부담의 10배를 웃돈다는 얘기다.

작년 미국 소형 중장비업체인 밥캣 인수로 '총알'을 다 소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체 밥캣 인수자금 49억달러 가운데 40억달러 정도를 금융권에서 빌렸는데 인수 후에 오히려 금리가 떨어져 자금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인수 당시 차입금리의 기준이 됐던 6개월짜리 리보(영국은행간 금리)가 연 5.4% 수준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차입금리를 확정할 때는 연 3.2%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또 이 수준에서 고정금리로 돌렸기 때문에 향후 금리변동과도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가 보유중인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전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최대한 자구노력을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보유 유가증권 처분,사옥 매각,SOC 지분 처분,사업부문 매각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그는 "외환위기 이후 두산이 식음료업체에서 중공업그룹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며 "외국 어느 기업보다도 회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