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삐 죄야 물가 잡혀" … 재정부·한은·靑 한목소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키로 한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급등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의 공격적인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자 한은까지 가세하기로 한 것.실제로 정부는 최근 한 달 새 100억달러 넘는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지만 지난 주말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2년8개월 만에 최고인 1050원대로 올라섰다.
◆왜 공조하나

정부와 한은이 환율 안정에 공조하기로 한 것은 정부 혼자 힘만으로는 환율 상승세를 꺾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때마다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하지만 환율은 정부가 개입에 나설 때만 잠시 주춤하다가 정부 개입이 없을 때는 곧바로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환율은 못 잡고 아까운 외환보유액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환율 안정 실패는 국제 유가 급등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 수급 여건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축으로 한 현 경제팀이 지금 당장은 물가 때문에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만 물가 불안만 끝나면 또 다시 성장 위주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환율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환율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가당국인 한은에 공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고 한은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가 "필요할 경우 재정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기대효과는

정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환율 안정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만으로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환시장 개입이 주로 정부 단독으로 이뤄진 데 비해 이제부터는 한은이 함께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가지고 단독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한은까지 가세하면 외환당국이 쓸 수 있는 실탄(외환보유액)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공조의 의미에 대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정부 단독이 아닌 한은과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는 뜻"이라며 "한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입이 있을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선 한은도 환율 안정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한은이 재정부와 공조해 '환율 끌어내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작용은 없나

그러나 자칫하면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보유액 감소도 우려점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으로 당장 외환위기 때 같은 상황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외환보유액을 계속 푸는 데도 환율이 잡히기 않으면 또 다시 '환율도 못잡고 외환보유액만 날린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