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미래…강자에게 배운다] (1) 산탄데르 (上) : M&A로 신화창조 … 스페인 6위서 세계 6위로

8000여명이 일하는 이곳은 산탄데르의 초고속 성장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규모 도시 건설을 2년 만에 이뤄낼 수 있는 중앙집권화된 지배구조,본사 조직의 집중화를 통한 효율적 조직·비용·시간 관리,이를 통한 전 세계 수많은 자회사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리스크 관리 등이 이 도시를 상징한다.호세 마누엘 발레라 우나 산탄데르그룹 전략담당 부행장은 "본사 조직이 이곳에 집중되면서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조직원들이 그룹의 발전을 상징하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한 식구라는 인식과 함께 '정말 세계적 은행이 될 수 있겠다'라는 비전도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정복을 발판으로


1857년 스페인 북쪽의 항구도시 산탄데르에서 출발한 산탄데르는 1980년대 말까지 스페인 국내 6위의 조그만 은행에 불과했다.이런 산탄데르가 1994년 전기를 맞았다.

당시 국내 1위이던 바네스토 은행이 부도 위기를 맡자 스페인 은행감독당국이 나서 부실을 정리하고 경매에 부친 것.당시 산탄데르는 2위의 두 배에 육박하는 2억달러를 써냈고 '지나치게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논란 속에 인수에 성공하면서 국내 1위로 급부상했다.

1986년 에밀리오 보틴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뒤 탄탄한 영업 실적을 내온 것이 인수 성공의 뒷 배경이었다.이후 산탄데르는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려 초고속 성장의 신화를 일구게 된다.

1997년 아르헨티나의 리오은행,멕시코의 산탄데르 멕시카노은행,1998년 브라질의 BGCN 등 현재까지 무려 50여개를 사들였다.

이 사이 1985년 2억유로 정도였던 순이익(attributable profit)은 지난해 90억유로로 무려 45배가 커졌다.지난 10년간 산탄데르의 이익은 연평균 25.7%가 성장했다.

발레라 부행장은 "스페인 1위가 되자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우리는 그때 해외진출에 나섰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남미 지역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탄데르는 특히 2004년 자기 몸집의 절반 수준이던 영국의 6위 은행 애비를 인수하며 세계 9위 은행으로 떠올랐다.애비 인수는 산탄데르가 피레네산맥을 넘어 유럽으로 진격한 첫 케이스로 진정한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또 지난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네덜란드 포르티스 등과 함께 183년 전통의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암로를 공동 인수하면서 한때 벤치마킹 모델이었던 미국의 씨티그룹을 시가총액에서 따돌리게 됐다.

◆"내가 아는 곳에 집중한다"


산탄데르가 150년 동안 M&A로 품에 안은 금융기관은 130여개에 이른다.

특히 최근 20년간 굵직굵직한 M&A를 50여건 성공시켰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시킨 M&A는 △지역적으로 남미나 유럽이어야 한다 △사업적으로는 소매금융에 집중한다 △시장의 성장성이 높으며 중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 10% 이상 달성 가능해야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산탄데르는 현재 20여개국에 진출해있지만 모두 문화적,언어적으로 유사성이 있는 남미,유럽지역이다.

그 밖에는 미국(필라델피아 소버린은행)과 중국(홍콩법인,상하이사무소)에 작은 거점이 있을 뿐이다.

사업 부분으로는 소매금융에 집중한다.

자신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ABN암로 M&A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산탄데르는 지난해 10월 RBS 포르티스와 함께 ABN암로를 710억유로(98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남미 및 이탈리아 소매금융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사들였다.

특히 ABN암로의 이탈리아 자회사인 상업은행 인터방카는 GE머니의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 사업 및 영국 내 카드·자동차 사업과 맞교환했다.

결국 인수한 회사는 브라질의 4위 은행인 방코레알 한 곳.산탄데르 브라질 자회사인 산탄데르 바네스파와 합병할 경우 시장점유율 9%,고객수 1900만명의 브라질 3위 은행으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ABN암로 인수를 주요 사업지인 브라질에서의 소매금융 강화에 활용한 것이다.

현재 산탄데르그룹의 전체 이익 중 80%(2007년 기준)가 소매금융에서 나온다.

이렇게 소매금융 '한 우물'만을 파다 보니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이 전혀 없다.

특히 지역,사업 부문의 두 가지 조건이 맞아도 추가적 M&A나 자체 성장을 통해 향후 10~1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한다.파블로 데 카스트로 산탄데르그룹 기업개발부 부장은 "한 국가의 금융산업에서 비용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려면 최소 10% 이상의 시장점유율은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정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자체성장이 어려울 경우 M&A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드리드=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