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키덜트마케팅

누구나 마음속에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런데 그 향수는 첫사랑,아련함,훈훈함,청춘,즐거웠던 기억,가슴을 저미었던 사건들이 서로 연상되면서 다가오곤 한다.유진오는 '창랑정기(滄浪亭記)'에서 향수를 이렇게 그렸다.

"소년시절을 보내던 시골집 소나무 우거진 뒷동산이며 한 글방에서 공부하고 겨울이면 같이 닭서리해다 먹던 수남이 복동이들이 그리워서 앉도 서도 못하도록 우리의 몸을 달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가진 감정이다."

어디 그뿐인가.옛모습이나 맛,이름들도 살가웠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까닭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감성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소위 피터팬신드롬인데 이들은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라 불린다.이러한 향수를 자극해서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키덜트마케팅이 뜨고 있다.

동심을 팔고,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파는 것이다.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장난감이 없던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나눠주는가 하면,빙과류에는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캐릭터가 다시 등장했다.동화 '백설공주'를 패러디하고,과거 오락실을 주름잡던 테트리스 게임과 추억의 먹거리였던 라면도 키덜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키덜트들은 디지털시대의 숨막히는 경쟁사회에서 비켜서 보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게다가 살림살이마저 어려워지면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채워줄 수 있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더욱 커진다고 한다.

향수는 또한 불안심리를 완화시키는 진정제이기도 한데,키덜트마케팅은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 드는 것이다.

키덜트마케팅은 결국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만 매달려 있으면 곤란하다.

변덕스런 소비자들이 쉽게 식상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뭔가 특별한 가치를 더하는 키덜트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