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명 한독약품 사장 "영업의 최고기술은 입 닫고 귀 여는 것"

"'천재 과학자'나 '음악 신동'은 있어도 '천재 영업사원'은 본 적이 없어요. 영업은 오랜 경험과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제약업계의 '영업 9단'으로 불리는 고양명 한독약품 사장(60)이 35년 영업맨으로 활동하며 체득한 '실전 영업전략'을 책으로 풀어냈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담은 '영업의 핵심' 출판기념회를 연 것.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한독약품에 입사한 고 사장은 사원시절 '영업왕' 타이틀을 수차례 거머쥐는 등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2005년 사장에 선임됐다.

그가 들려주는 '영업 잘 하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고의 장사꾼이 되겠다'는 열정과 의지를 갖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면 누구나 영업왕이 될 수 있다는 게 고 사장의 설명이다.

"말을 잘 하거나 외향적인 사람이 영업을 잘 할 것 같지요? 하지만 30여년 전 세계 최고 보험 세일즈맨은 반쯤 벙어리였습니다. 더듬거리지만 성실하게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모습에 고객들이 신뢰감을 느낀 거죠.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못생긴 사람도,소극적인 사람도 모두 영업왕이 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모두가 영업왕이 될 수는 없는 터.고 사장은 영업왕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듣기'를 꼽았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불만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객이 영업사원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리 제품을 써보면 어떻겠느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준 뒤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영업활동을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핵심 고객을 분석한 뒤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최고의 영업사원이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고 사장은 설명한다. 예컨대 고객이 출근 전에 아침운동을 하는지,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휴식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파악한 뒤 자연스럽게 다가가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35년 영업맨이 책까지 펴내며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영업은 기업의 성장 여부를 좌우하는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그런데도 서점에는 마케팅 서적만 즐비할 뿐 제대로 된 영업지침서 하나 없더군요. 내 청춘을 바친 영업을 위해,그리고 수십만명의 후배 영업사원들을 위해 제가 아는 노하우를 끄적여 본 겁니다. "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