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컨소시엄, 쌍용건설 인수 나섰는데…쌍용 우리사주 매수청구권이 변수

동국제강 컨소시엄, 쌍용건설 인수 나섰는데...쌍용 우리사주 매수청구권이 변수
쌍용건설 매각 인수협상대상자로 11일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선정됨에 따라 경영권을 놓고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쌍용건설 인수.합병(M&A)전은 종업원들(우리사주조합)이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우리사주조합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외환위기 여파로 현금유동성이 악화돼 1999년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감자(자본금 축소) 및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오너인 김석준 회장의 지분이 1% 미만으로 줄었다. 이후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며 작년 말부터 매각이 추진돼왔다.
◆'게임의 룰'은 우리사주조합에 유리


쌍용건설 임직원들은 워크아웃 중인 2003년 3월 당시 자본잠식으로 회사가 퇴출될 처지에 몰리자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모은 329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위기를 넘겼다. 임직원들은 1주당 시가가 2000원대였던 주식을 5000원씩에 인수했고,채권단은 자구노력을 인정해 당시 오너였던 김석준 회장이 갖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주조합에 주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재 쌍용건설의 지분구도는 △자산관리공사(캠코)를 비롯한 채권단 50.07%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18.2% △쌍용양회 6.13% △김석준 회장 등 쌍용건설 임원 1.7% 등으로 이뤄져있다. 나머지는 개인 소액주주(23.5%)와 외국인(0.43%)이 들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쌍용양회와 회사 임원 보유분 등 우호지분을 합쳐 26%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 매각대상 지분(50.07%) 중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24.72%를 모두 사들일 경우 50.7%를 갖게 된다. 지분을 일부만 매입할 수도 있다. 조합은 우선매수권 청구를 위한 재무적투자자(FI)로 국민연금 제2호 사모펀드(초기운용자금 4000억원)를 끌어들였다.


◆동국제강,고용승계.독립경영 카드 내밀어


동국제강은 임직원 고용승계 및 독립 자율경영 보장,수주 지원 등의 카드를 내밀며 쌍용건설 임직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날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을 2010년까지 10대 종합건설사로 키우고,2020년엔 5위권 내로 진입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브라질제철소 건설 등 플랜트 사업과 국제통운,동국통운 등 계열 물류사들의 인프라 확충에 쌍용건설을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발주처 입장에서는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건설회사의 모기업이 어디인지 따질 수밖에 없다"며 "쌍용건설을 인수하면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경쟁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최소 지분을 15%(446만5000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이 제시한 주당 인수금액(3만1000원)을 감안하면 1384억원만 동원하면 된다. 이 정도만 사들여도 사주조합 측은 우호지분을 합쳐 모두 41%를 확보하게 된다. 동국제강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지분을 뺀 나머지 35%를 인수하더라도 경영권 확보는 힘들다.

다만 이 경우 양측 간 지분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