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광객 총격은 체류합의서 위반"

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53·여) 피살 사건의 책임 소재와 현장조사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건 장기화에 따른 남북관계 전반의 경색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간 금강산지구 출입·체류합의서에 의하면 우리측 인원의 신체 불가침을 보장하게 돼 있으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 절차를 밟아야 함에도 불구,총격으로 사망하게 한 사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엄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북대화에 의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모든 이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북측은 우리측 진상조사단을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책임있는 당국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 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있을 수도 없고,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신속히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북한은 사고 발생 후 36시간 만인 12일 오후 7시 금강산사업 담당 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 남측은 이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측에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또 "사고 경위가 명백할 뿐 아니라 사고 발생시 현대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한 조건에서 남측이 조사를 위해 우리측 지역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문제에 대해선 허용할 수 없다"며 "남측이 올바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13일 오전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당·정·청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정부합동대책반 2차 회의 등을 잇따라 열고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