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위창수·양용은, 엇갈린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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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PGA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로는 세 번째 챔피언에 도전했던 위창수(36·테일러메이드)가 1타 벽을 넘지 못하고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위창수는 14일(한국시간)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디어런TPC(파71)에서 열린 투어 존디어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공동 선두 3명에게 1타 뒤져 연장돌입 일보직전에서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위창수는 그러나 올시즌 출전한 대회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며 내년 투어카드를 사실상 확보했다. 반면 올해 미국투어에 데뷔한 양용은(36·테일러메이드)은 'B급 대회'에서조차 커트 탈락,내년 투어에 잔류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위창수와 양용은은 모두 1972년 1월생으로 동갑내기다. 테일러메이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점도 같다. 그런데 올시즌 나란히 18개 대회에 출전한 두 선수의 성적은 대조적이다. 위창수가 '톱10'에 두 번 들고 상금랭킹 80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양용은은 2월 초 AT&T페블비치대회에서 9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18개 중 커트를 통과한 대회는 8개로,두 대회 중 한 번꼴로 탈락했다. 양용은의 상금랭킹은 144위(30여만달러).이 상태라면 시즌 상금랭킹 125위까지에게 주는 이듬해 투어카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양용은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는 약 10개이며,그 대회에서 지금까지 획득한 상금의 두 배가량인 50만달러를 벌어야 최종 125위 안에 들 수 있다. 10위 안에 서너 차례 진입해야 그 정도 상금을 받을 수 있으나 지금 컨디션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창수는 미국에서 자라 미국문화에 익숙한 데다 2005년과 2007년 시드를 받아 투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반면 양용은은 결혼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장타력·체격 등 '하드웨어'에서는 위창수를 앞선다. 2006년에는 타이거 우즈,레티프 구센 등이 출전한 유러피언투어 HSBC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때 세계랭킹 29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양용은이 미국 진출 첫해에 심한 '낯가림'을 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한국·일본과는 다른 코스,문화,환경 등 때문에 투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심리적인 부담은 낮은 샷 정확도로 나타나고 있다. 양용은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위창수와 비슷하지만 그 정확도는 7%포인트가량 뒤진다. 아이언샷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도 62.3%로 위창수(65.9%)보다 낮다.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을 때 파를 잡는 능력을 표시하는 '스크램블링'은 위창수가 63.57%인 반면,양용은은 56.13%로 큰 차이가 난다. 결국 샷이 정확하지 못해 버디 기회를 맞이하지 못하는 데다 결정적 순간 파세이브 기량이 떨어짐으로써 성적이 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지킨 케니 페리(48·미국)에게 돌아갔다. 시즌 3승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