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신개념 점포 'IBK월드'는‥ 창구없앤 '카페식 은행'서 1대1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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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기업은행장이 "기존 점포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점포를 다음 달 중 개설하겠다"고 공언해 시중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BK 월드'라는 이름이 붙여질 이 점포는 면적이 기존 영업점의 절반인 50평도 채 안 되는 미니 점포이지만 "카페식 운영을 통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윤 행장은 자신하고 있다. 개인영업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기업은행이 이 같은 신개념 점포를 통해 가계영업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어서 은행 영업점 형태에 새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윤 행장은 "다음 달 중 신개념 점포인 'IBK 월드'를 서울 은평뉴타운과 문정동 등 두 군데에 낼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윤 행장은 "이 점포는 고객과 직원 사이의 칸막이(카운터)를 없애고 고객과 직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각종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새 점포는 지점장을 포함해 직원이 6∼7명에 불과하다. 일반 점포 13∼17명의 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렇게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갖가지 개인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비밀무기는 '텔러ATM(자동입출금기)'.
이 기기는 입금 출금 계좌이체 송금 등 기존 ATM의 기능은 물론 1000원짜리나 고액 수표 입출금이 가능하며 고객에게 통장까지 발급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시재(時在ㆍ현금잔액)를 체크할 수 있어 창구 직원들을 시재 확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준다. 고객이 이 점포에 들어서면 카페식 테이블에 앉아 텔러ATM으로 대부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작동법을 잘 모르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직원은 고객과 함께 모니터를 보면서 창구 업무 처리를 도와준다. 돈은 기기에다 넣기 때문에 직원에게 건넬 필요가 없으며 분실이나 도난 등의 위험도 없다. 윤 행장은 이 때문에 이 점포를 '인간의 얼굴을 지닌 은행점포'라고 칭하기도 했다.
직원은 창구 업무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펀드 등을 권할 수 있다. 고객이 좀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상담코너나 PB실로 자리를 옮겨 전문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기업은행은 텔러ATM을 입출금 테이블에 2대,상담코너에 2대 등 총 4대를 설치해 고객과 직원이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기존 CD(현금출금기)와 ATM도 입구에 함께 설치해 빠른 입출금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이 은행의 이경렬 부행장은 "텔러ATM을 활용한 신개념 은행 점포는 일본에서 보편화되는 과정이며 미국에선 일부 은행에서 시도해 붐이 형성되고 있다"며 "한국에선 기업은행이 이 분야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토대로 부족한 개인영업 부문을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앞으로 1∼2년 동안 신개념 점포를 서울 수도권 대도시 등 인구 밀집지역 중심으로 30개 정도 낼 예정이며 기존 영업점도 이처럼 바꿔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