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美신용위기… 효과지속은 미지수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대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방안을 긴급 발표한 것은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걸 어떻게든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끌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불안이 쉽게 가시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번 주 주요 금융회사들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불안감은 다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방안은 두 회사를 살리기 위한 거의 모든 방안을 담고 있다. FRB를 통해 긴급자금을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다. 두 회사에 대한 신용공여한도(현재 각각 22억5000만달러)도 늘려주고 필요할 경우 정부가 주식을 매입키로 해 파산가능성을 차단했다. 한마디로 미 정부가 무너지지 않는 한 두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했다. 이처럼 두 회사에 대한 강력한 구제방안을 아시아 증시가 열리기 직전인 13일 저녁 발표한 것은 두 회사의 위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두 회사의 역할이 지속되는 것은 미 금융시스템과 금융시장의 신뢰,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 회사는 미국 모기지의 절반가량인 5조2000억달러의 모기지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증을 서고 있다. 이 회사가 잘못된다는 것은 모기지 시장이 붕괴된다는 걸 뜻한다. 모기지 시장의 붕괴는 미 경제시스템의 마비와 같은 의미다. 더욱이 두 회사의 신용도는 미 정부와 비슷하다.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연기금 등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두 회사의 채권을 필수적으로 편입해왔다. 작년 6월 말 현재 두 회사를 포함한 정부관련 기관이 발행한 장기채권 중 21.4%를 외국인들이 갖고 있다. 중국이 3760억달러를 비롯해 아시아 투자자들도 상당액을 보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 채권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도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이번 지원책이 일단 두 회사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잠재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발등의 불을 끈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불안의 근본 요인인 미 주택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금융회사의 부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내 7500개 상업은행 중 150개가 내년까지 파산할 것으로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리먼브러더스와 모기지 증권을 대거 매입한 지방은행들이 특히 문제다. 리먼브러더스는 월가 은행 중에서 덩치가 작은 반면 모기지 증권 투자비율이 높아 매각설이 나돌고 있고,워싱턴뮤추얼과 내셔널시티 같은 지방은행들도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AP통신은 "미 정부가 베어스턴스에 이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붕괴를 막았지만 이는 역으로 추가적인 금융기관 구제책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어 "두 정부기관을 구제한 것은 신용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고,새 국면은 더욱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긴급 구제방안이 발표된 후 프레디맥이 14일 30억달러 규모의 단기채권 매각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프레디맥의 이번 채권 매각 성공은 그동안의 유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들 모기지 업체의 상태나 향후 전망을 최악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