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피할 수 없다면 '한 걸음'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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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무선전화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강도가 휴대폰의 28∼52배에 달한다. "(김덕원 연세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
"전자파 강도보다는 무선전화기를 실제 귀에 대고 통화할 때의 전자파 흡수율(SAR: specific absortion rate)이 중요하다. SAR를 측정해보니 무선전화기는 0.018~0.069W/㎏로 휴대폰보다(1.6W/㎏) 훨씬 낮았다. "(전성배 방송통신위원회 서기관)지난 3월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전자파 유해성을 놓고 빚어진 논란이다. 이 문제는 결국 무선전화기의 경우 출력시 나오는 전자파 강도보다는 실제 인체에 미치는 SAR가 더 중요하나 다만 특정 상황에서 디지털 무선전화기의 출력이 250㎽(휴대폰은 100∼300㎽)에 달하므로 별도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 절충이 이뤄졌다.
무선통신기기 및 가전제품 사용,라디오 및 TV 방송 채널 수가 늘어나면서 인체에 미치는 전자파의 양이 점차 늘고 있다.
전자파는 유전자변형식품(GMO)과 방사선조사식품 등과 마찬가지로 안전하지는 않으나 유해하다는 확정적인 근거는 없어 최소화하는 게 최상의 방책이라는 식으로 취급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휴대폰이 한창 보급될 때에는 전자파 논란이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거의 관심이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여전히 전자파의 유해성과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전자파란 전기와 자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일종의 전자기 에너지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반복하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에 전자파라고 부른다. 전파나 태양빛,방사능도 전자파의 하나다. 일상 생활에서는 방송 전파,통신용 안테나,휴대폰,레이더,온열 치료용 의료기기,각종 가전제품을 통해 접하고 있다.
전자파의 세기는 전계와 자계로 나눠 평가한다. 전계는 전압의 세기에,자계는 전류의 크기에 비례해 발생한다. 전계는 전도성이 좋은 물체에 의해 어느 정도 차단되나 자계는 자성이 매우 강한 특수 합금에 의해서만 차단된다. 인체는 물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훌륭한 도체이므로 전자파가 인체를 통과하면 거의 대부분이 인체에 흡수되고 주변의 전계는 감소한다. 이때 전계는 혈액 속의 철분자에 어떤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파는 소비전력(전기장의 세기 V/m;자기장의 세기 A/m;전력밀도 w/㎡ 등)에 비례해 강도 높게 방출된다. 전자파의 세기는 발생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단 주파수와 소비전력(출력)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전자파는 출력 자체보다는 인체조직에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 흡수비율(SAR)이 더 중시된다. 국민 2명당 1명꼴로 갖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 SAR 기준이 1.6W/㎏ 이하다. 휴대폰을 35도 기울인 다음 10도 정도 비틀어 입쪽으로 가까이 갖다 댄 상태에서 SAR를 측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박웅양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가 쥐를 대상으로 휴대폰의 유해성을 측정해봤다. 기준치의 약 5배에 가까운 7.8W/㎏의 휴대폰 전자파를 하루에 1시간씩,1주일에 5일씩 1년 동안 노출시켜봤더니 체중이나 뇌조직에 유의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직이 더 잘자라지도 죽지도 분할되지도 않는 것으로 보아 종양을 유발한다는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청각신경세포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청각감퇴를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포함해 현재 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는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기울어져 있다. 1996년부터 5년간 시행된 생체영향연구 48건 중 무해 주장은 31건(65%),유해 주장은 14건(29%),무결론 3건(6%)이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만큼 그 유해성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이견도 만만찮다. UN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1999년 전자파를 '발암가능성이 있는' 2등급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전자파에 많이 노출될수록 몸에 해로운 게 사실이다. 어쩌면 생활의 편의와 산업발전을 위해 그 위험성을 애써 간과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전자파 발생원과 멀리 떨어지고 가급적 발생원의 사용량을 줄이는 게 현재로서는 상책일 뿐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서동윤 한국산재의료원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