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손욱 회장 "냄비속 개구리 농심 고객 질타에 뛰어나와"

"인사가 늦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늦어진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손욱 농심 회장(63)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비전 2015 달성을 위한 기업 혁신전략 발표'에 앞서 사과발언부터 했다. 지난 1월14일 농심에 출근,3월14일 회장에 취임한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농심 40년 역사보다 더 많은 시련이 있었다"며 "소비자에게 먹거리 불안을 초래하고 식품업계에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개구리론'으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졌다. "개구리는 냄비속 뜨거운 물에 넣으면 펄쩍 뛰어나옵니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에넣고 서서히 끓이면 자기도 모르게 죽습니다. 살아남으려면 누군가가 건져주거나 스스로 깨닫고 뛰쳐나와야 합니다. " 미지근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농심이 외부 자극에 힘입어 뛰쳐 나올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1989년 이후 20년간 업계 1위를 차지하면서 생긴 자만심 탓에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론도 내놨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농심은 끝없이 가라앉기만 했을 겁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정기적으로 고객들의 쓴소리를 듣는 자리도 만들 계획입니다. "

손 회장은 "이물질 사태로 부진했던 새우깡 매출이 사태 이전의 90%선까지 회복됐다"며 "라면 등 다른 부문이 좋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1%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티즌 광고압력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 "스스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인정받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해 고발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물질 사건 등은 발생 즉시 매출이 급감하지만 나중에 식품회사 책임이 없다고 밝혀져도 속수무책인 점은 개선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손 회장은 창업 50주년을 맞는 2015년까지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고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