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재원 30% 고금리 채권서 조달

예금이 늘어나지 않는데도 중소기업 대출 등을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위험 요인이 싹트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기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하는 가운데 금리가 높은 시장성 수신에 의존해 자산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치했다가는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을 늘리면서 CD 금리가 높아져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감독당국이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15일 채권시장에서 CD 금리(91일물)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5.52%에 거래를 마치는 등 나흘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 2주 만에 0.15%포인트나 뛴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CD 금리가 뛰면서 가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D는 지난해 28조2000억원이 순발행된 데 이어 올해 6월까지 17조1000억원어치가 더 나왔다. 은행채는 순발행액이 2005년 8조2000억원에서 2006년 31조6000억원,2007년 29조2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도 10조5000억원어치의 은행채를 순발행,현재 잔액이 148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채와 CD를 합친 잔액은 6월 말 260조원으로 은행권 수신 863조원의 30.1%에 달한다. 이 같은 시장성 수신 의존도는 2003년의 15.1%에 비하면 두 배가량 급등한 것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으로 인해 은행 자금이 펀드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빠져나가면서 은행권이 자금 조달을 위해 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은행들은 자산 확대 경쟁을 계속하며 그 밑천을 대부분 시장에서 조달해 왔다. 이는 예대율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은행권의 예대율은 2005년 101.0%에 그쳤지만 2006년 109.0%,2007년 123.7%로 치솟은 데 이어 지난 3월 말에는 126.0%까지 높아졌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CD는 통상적으로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시장성 수신 비중이 커질수록 유동성 위험도 커지게 된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신용경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한꺼번에 CD,은행채의 차환 발행에 나설 경우 지난해 말처럼 유동성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성 수신의 비중이 커질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수신의 민감도가 높아져 자금 조달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