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건 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 "죄형법정주의, 李회장에 적용은 당연"

삼성그룹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과 관련, 이건희 전 삼성회장 등에 대해 지난 16일 1심 선고를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병훈 부장판사가 17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4개 단체가 재판 결과가 법리적으로 부당하다며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이다.

민 판사는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선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발행이익을 50억원 미만으로 평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의 공소시효 소멸(면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산정 방식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보편적인 방법인데 이 전 회장에 대해서만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건희에게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면 누구도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법 적용의 보편성을 언급했다. 삼성SDS BW 가격이 상속세법 상의 평가액(8000~8800원)이 아닌 BW 발행 당시 장외거래가격인 5만5000원이라는 것은 행정법원도 인정한 액수고 삼성도 이를 받아들여 소를 취하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 판사는 "삼성 측은 엑스파일 때문에 분위기가 안좋아서 그랬다(소를 취하했다)고 얘기한 만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데 대해서는 특검의 기소가 애초에 잘못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즉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에서 손해를 본 것은 에버랜드가 아니라 CB를 인수하지 않은 삼성 계열사인 기존 법인주주들인 만큼 배임죄에 해당되는 대상은 이들 법인 경영진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버랜드 법인주주의 배임에 대한 공소시효가 2006년 이미 끝나 이들 법인 경영진은 물론 이 전 회장도 공범으로 기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민변과 경제개혁연대,민주주의 법학연구회,참여연대 등 4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에버랜드 무죄판결에 대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주주배정을 결의한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 등 절차상 흠이 있었고 삼성그룹의 의사결정구조의 특성상 법인주주가 실권 여부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수 없는 데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사법정의를 구현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 판사는 전날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 등에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리고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한편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17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