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닦을 법문 한 자락…서울 산사 풍경이 '손짓'

흔히들 고요한 산사에 가서 쉬고 싶다며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지만 잠깐 짬을 내면 다녀올 수 있는 사찰들이 서울에도 많다. 한강을 건너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15분가량 올라가면 서달산 달마사가 있다. 일제 강점기,나라 잃은 백성의 한 서린 마음을 달래고자 1931년 창건한 사찰로 만공 스님이 머물며 법을 편 곳으로 유명하다. 인공의 흔적 없이 자연 그대로 거북 모습을 한 삼성각 옆 거북바위와 그 아래 신령스런 샘물이 솟아나는 영천(靈泉),도시는 물론 산사에서도 보기 드문 재래식 아궁이에 나무땔감으로 불을 때는 공양간….서울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산사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특히 요사채 옆 낭떠러지 위에 통나무로 지은 찻집 '하늘공원'에서 한강과 남산을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차를 마시며 63빌딩이며 국회의사당,바삐 오가는 자동차들을 보면 나와는 관계없는 먼 세상 같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창신역 3번 출구로 나가 낙산 쪽으로 난 도로를 5분쯤 오르면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청룡사가 있다. 원래 왕건이 도선국사의 유언에 따라 개경을 위협하는 지세를 누르기 위해 좌청룡 기슭에 지었다고 한다. 주변에는 가옥와 빌딩,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지만 숲과 함께 세월을 견뎌온 청룡사는 도심의 청량제다.

이처럼 별다른 준비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서울의 전통사찰 스무 곳의 풍경과 역사,절집 이야기와 감상기 등을 담은 《점심시간엔 산사에 간다》(여태동 지음,크리에디트,1만3500원)가 출간됐다. 종로 한가운데 있는 조계사를 비롯해 상도동 사자암,갈현동 수국사,수유동 화계사,정릉의 심곡암·경국사·봉국사,진관외동 진관사와 삼천사,성북동 길상사,구기동 금선사와 승가사,구의동 영화사,홍은동 옥천암….

불교신문 기자인 저자는 "멀지 않은 곳에 대중교통으로 잠깐 다녀올 수 있는 산사가 얼마든지 있다"며 "숲과 걸을 만한 길,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물소리,그리고 마음 닦을 법문 한 자락이 있는 서울 시내 사찰에서 몸과 마음을 쉬어보라"고 권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