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Analysis] 헤지펀드, '악의 근원'인가 '억울한 희생양'인가

[Issue Analysis] 헤지펀드, '악의 근원'인가 '억울한 희생양'인가
'만악의 근원'인가 아니면 '억울한 희생양'인가. 헤지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미국 금융당국이 금융위기와 식량.유가 급등의 주범으로 헤지펀드를 꼽고 나서면서 이 같은 논란이 촉발됐다.

미 금융당국은 최근 헤지펀드를 겨냥한 두 가지 규제 강화 조치를 내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프레디맥과 골드만삭스 등 17개 금융회사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주식을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고서도 팔 수 있는 공매도는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기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백히 헤지펀드를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SEC는 이와 함께 허위 정보를 통한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해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과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등 50여개 헤지펀드 관계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SEC는 신용경색으로 금융주가 하락하자 발빠르게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주가 하락 헛소문을 고의로 퍼뜨려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몰락과 리먼브러더스 주가 폭락을 야기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고유가와 관련해서도 헤지펀드는 의심받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이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헤지펀드들이 유가 상승에 대거 베팅한 것이 최근 유가 강세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원유 선물 거래 중 71%가 투기 거래라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를 토대로 현재 원유 투기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헤지펀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선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미 은행협회 등은 "최근 공매도를 제한하자마자 금융주가 오른 데서 알 수 있듯이 헤지펀드의 공매도 행위 등이 금융 불안을 실제 이상으로 부풀렸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투기 거래는 헤지펀드 투자기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던 마이클 스타인하트는 "대공황이나 블랙먼데이,닷컴 버블 붕괴 등 대형 사건이 있을 때마다 희생양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