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비만경고 표시

'독일에서 가볍게 살기'.언뜻 보면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리고 편안히 살아가라는 뜻같지만 실상은 살을 빼라는 캠페인의 이름이다. 국민의 절반이 비만에 시달리는 독일의 고충을 알 만하다. 비만퇴치는 국가적인 아젠다 우선 순위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보다 못한 지역의 음식점, 마트, 약국 등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가볍게 살기 캠페인을 사회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지금은 700여개 도시가 비만퇴치에 나섰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당사자격인 한 제과회사가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해 화제가 됐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초콜릿 등 과자에 칼로리와 당분, 지방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표기하고 하루 몇개 이상 먹으면 해롭다는 비만경고문을 붙였다. 담배처럼 논란이 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국은 비만과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도시의 식당에서는 트랜스 지방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며,메뉴에는 칼로리 열량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했다. 한발 더 나아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내 일정 구역에서 아예 패스트푸드점 신설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만의 원조라는 비난을 받는 터여서 법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한다.

비만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정부도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과자나 패스트푸드같은 제품에 담뱃갑에서처럼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와 함께 비만유발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빨간색,노란색을 붙이고 안전한 식품에는 녹색을 표시하는 식이다. 10년 새 비만인구가 1.6배나 늘어나 국민 3명중 1명이 비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 비만은 청소년과 유아들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장래 심각한 노동력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소아비만은 미래의 시한폭탄이라고 말한다. 독일처럼 비만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사회운동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