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맏형 역할 부담스럽지만…"

"맏형 역할에 부담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성화호의 와일드카드 김동진(26, 제니트)이 중책을 맡게 된 것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김동진은 김호곤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 지휘하던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에 출전,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그는 아테네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까지 모두 선발출장해 매 경기 90분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특히 개최국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43분 선제골을 쏘아올리는 등, 매서운 공격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올림픽팀은 1승2무 승점 4점으로 당당히 8강전에 진출했지만, 파라과이와 5골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2-3으로 석패했다.

김동진은 4년 전의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위한 맹활약을 다짐하고 있지만, 팀의 고참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 부담감 역시 크다.

그는 23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아테네대회에서 형들(유상철, 송종국, 정경호)에게 기대가 컸다. 뭔가 해주기를 바랐던 마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이번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는 김동진과 김정우(26, 성남) 단 두명 뿐이다.

박성화 감독은 그동안 문제점을 드러냈던 왼쪽 풀백 자리와 공격형 미드필더에 각각 이들을 투입, 4강 진입에 이은 메달확보라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와일드카드들의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김동진은 "이 곳(올림픽팀)에 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부담감은 있지만 (와일드카드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올림픽은 내게 특별한 대회다. 후배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동진은 8강에 올랐던 아테네대회 당시 올림픽팀보다 박성화호 선수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선수들의 분위기는 당시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밝은 것 같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프로경험이 많고 기술도 다들 좋다"고 후배들을 칭찬하며 "아직 선수들과 아테네대회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경험을 나눠 올림픽팀이 힘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김동진은 파라과이와의 아테네대회 8강전에서 패한 것에 대해 "당시 경기 초반 너무 어이없게 실점했고 그것이 패배로 이어졌다"며 "그러한 실수 없이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21일 파주 NFC에 합류해 후배들과 손발을 맞춰 본 김동진은 "지난해 국가대표팀에서 같이 활약했던 김진규(23, 서울)와 강민수(22, 전북)가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번에 (수비조직력이) 좋아질 수는 없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를 지켜 본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은 "소속팀(제니트)에서 올림픽팀과 같은 전술을 쓰고 있고, 다양한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호평했다.

또한 박 감독은 "김동진을 왼쪽 풀백으로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훈련 중 드러나는 단점은 고치면 된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제 남은 것은 올림픽 본선무대다.

김동진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만날 카메룬, 이탈리아, 온두라스의 전력은 아직 잘 모르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은 확실하다"며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분명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동진은 지난 아테네대회에서 함께 활약했지만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에서 탈락한 김두현(26, 웨스트브롬)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김동진은 "아직 (김)두현이와 통화는 해보지 못했다. 같이 올림픽팀에서 뛰기를 바랐는데 아쉽다.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며 "군 문제가 걸려 있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니 열심히 활약해 좋은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경기자 skpar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