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인대 "경착륙 미리 막아야"

세금 감면·재정확대 건의…긴축정책 바뀔까?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재경위원회가 하반기에 경기 경착륙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국무원(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그동안의 물가안정과 긴축 일변도에서 탈피해 경착륙 방지쪽으로 경제정책을 바꿀지 주목된다.

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주요 언론은 24일 전인대 재경위가 최근 인민은행 상무부 등 5개 부처로부터 상반기 경제 상황을 보고받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전인대 홈페이지에 올랐다가 삭제됐다.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용의 민감성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된다. 제일재경일보는 보고서의 키워드가 '정책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이 2분기 10.1%로 4분기 연속 둔화되면서 긴축 완화를 놓고 논쟁이 일기 시작한 시점에 긴축 완화에 무게를 두는 정책 건의를 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고성장 저물가'에서 '고성장 고물가',심지어 '저성장 고물가'로 옮겨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전인대 재경위 관계자는 "성장률이 9% 이하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인대는 통화 긴축은 유지하면서 재정 확대를 통해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높이고 현재 5%인 이자소득세 세율을 내림으로써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웨이제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현재 월소득 2000위안(30만원)에서 5000위안(75만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자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3월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월소득 1600위안(24만원)에서 2000위안으로 올렸다.

보고서는 또 회사채 등 기업의 직접융자를 확대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수혈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시 세제 감면 효과가 있는 부가가치세 개혁을 서둘러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도 했다. 전인대는 긴축의 일환으로 시행해온 가공무역 억제 조치는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며 수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방직 의류 완구 등 비교우위가 있으면서 고용 효과가 큰 업종,특히 첨단 제품의 수출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밖에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금융 리스크가 커져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오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의 성장 둔화 위험이 통화 팽창 위험을 앞서고 있다"며 "수출 증가율이 작년 24%에서 올 상반기에는 13%로 둔화됐으며 미국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경우 하반기에는 1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플레 압력이 여전해 경착륙보다는 긴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중국 국제경제관계학회 징쉐청 상무)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물가상승 억제가 필요하다"고 밝혀 긴축 중심의 경제운용 기조를 성장과 물가상승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신화통신은 물가상승과 과열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량팡(兩防)이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물가상승을 막는 이바오이쿵(一保一控)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