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의 와인 있는 식탁] 雨後~ 이태원 카페에서 달콤 디저트에 새콤 와인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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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장맛비가 번갈아 가며 우리를 괴롭힌다. 멀리 가기엔 변덕스러운 날씨가 못 미더운 데다,이번 주말에는 한가로이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에 집 주변을 탐색하기로 결심했다. 사는 곳은 한남동이지만 집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이태원 큰길을 접할 수 있다.
10년 전 영국에서 귀국했을 당시 이태원은 지금과는 달리 약간 삭막한 분위기였다.오래된 몇몇 외국 식당들과 외국인 전용 바,단체 관광객 대상 식당들과 가게만 즐비해 왠지 무서운 동네로 인
식되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이태원은 면모를 일신하기 시작했고 앞다퉈 좋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오랜 선입견도 바뀌었다.
이제 이태원은 독특하고 색다른 맛집들로 가득 차,내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다양한 각국 전통음식부터 요즘 유행하는 브런치까지 두루 섭렵할수 있다.
식당뿐 아니라 개성 있는 옷.가방.패션 아이템을 다양한 사이즈로 살수 있는 작고 예쁜 가게들도 줄지어 있다.
이태원 초입의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을 거쳐 북한남 삼거리의 한강진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30분가량 걸린다. 하지만 마을 삼아 천천히 작은 골목까지 놓치지 않고 걷다 보면 의외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앙증맞은 가게와 알려지지 않은 식당들을 만나고,그곳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때의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 전환하기 딱 알맞은 음식은 엔도르핀이 돌게 하는 달콤한 디저트다. 근래 들어 이태원에도 디저트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초대형 카페부터 앉을 자리도 거의 없는 아담한 카페까지 각기 나름대로 특색 있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먼저 녹사평역에서 나와 경리단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와플 전문식당 'Waffle Factory'((02)790-0447)가 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게 흠이지만 직접 반죽해 구워 주기 때문에 냉동 와플을 구워 내놓는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 허니 버터,메이플 시럽,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여러 과일 등을 토핑해 커피나 차와 즐기는 달콤한 와플과 햄 계란 소시지 등의 브런치 식재료와 함께하는 식사 대용 와플이 고루 있어 한끼 식사로 거뜬하다. 군것질 수준의 간단한 와플로 여기면 오산이다. 가격이 7000원부터 1만원을 훨씬 웃돌지만 양이 많고 맛도 정통식이라 식사를 마치면 가격을 수긍할 만하다.
이어 이태원 대로변 가게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걷다가 해밀턴호텔 못 미쳐 옷가게들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Tartine'((02)3785-3400)이라는 파이 전문 카페가 보인다. 유리 진열대에는 각종 파이들이 손님의 발길을 유혹한다. 약간은 두꺼운 파이 반죽이 거슬리긴 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다. 버터 스카치의 고소하고 진한 단맛이나 체리 또는 블루베리의 상큼한 맛,혹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루밥 파이의 새콤하고 감치듯 씹히는 맛이 특히 좋다. 파이는 6000원인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추가하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케이크나 쿠키,그리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며 음료는 저렴한 편이다. 다시 대로로 나와 제일기획 방향으로 걷다 보면 앤티크숍들이 많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아시안데코 건물 옆골목으로 작은 케이크숍이 눈에 들어 온다. 영어 흘림체로 'Life is just a cup of cake'((02)794-2908)라는 간판의 이 카페는 컵 케이크 전문이다. 이름이 좀 길지만 알록달록 색을 담아 얹은 6~7가지 컵 케이크들이 금세 눈에 익는다. 예쁜 상자에 담아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개에 4300원이고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대체로 맛은 단 편이다.
마지막으로 한강진역 앞에 'Passion 5'((02)2071-9507)는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카페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파리바게뜨의 모기업 SPC그룹이 운영하는 초대형 카페로,샌드위치 빵 케이크 초콜릿 등 제과.제빵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독특한 메뉴가 많아 구경 삼아 한번쯤 가볼 만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하며 놀라지 않을까 싶다.
이런 디저트 카페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은 스위트한 디저트 와인이면 모두 오케이다. 그래도 한 가지 추천한다면 호주 브라운브러더스의 '시에나(Cienna)'라는 익숙지 않은 품종의 레드와인을 꼽고 싶다. 알코올 함량이 5%밖에 안 돼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스페인 토종 포도 수몰(Sumoll)과 카베르네 소비뇽을 접목해 만든 시에나 품종으로,루비색 산딸기의 진한 향과 레드 커런트의 산뜻한 산도를 지니면서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차게 해서 마셔야 약간의 탄산도 느끼고 단맛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음식문화 컨설턴트 toptable22@naver.com
10년 전 영국에서 귀국했을 당시 이태원은 지금과는 달리 약간 삭막한 분위기였다.오래된 몇몇 외국 식당들과 외국인 전용 바,단체 관광객 대상 식당들과 가게만 즐비해 왠지 무서운 동네로 인
식되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이태원은 면모를 일신하기 시작했고 앞다퉈 좋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오랜 선입견도 바뀌었다.
이제 이태원은 독특하고 색다른 맛집들로 가득 차,내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다양한 각국 전통음식부터 요즘 유행하는 브런치까지 두루 섭렵할수 있다.
식당뿐 아니라 개성 있는 옷.가방.패션 아이템을 다양한 사이즈로 살수 있는 작고 예쁜 가게들도 줄지어 있다.
이태원 초입의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을 거쳐 북한남 삼거리의 한강진역까지 빠른 걸음으로 30분가량 걸린다. 하지만 마을 삼아 천천히 작은 골목까지 놓치지 않고 걷다 보면 의외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앙증맞은 가게와 알려지지 않은 식당들을 만나고,그곳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때의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 전환하기 딱 알맞은 음식은 엔도르핀이 돌게 하는 달콤한 디저트다. 근래 들어 이태원에도 디저트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초대형 카페부터 앉을 자리도 거의 없는 아담한 카페까지 각기 나름대로 특색 있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먼저 녹사평역에서 나와 경리단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와플 전문식당 'Waffle Factory'((02)790-0447)가 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게 흠이지만 직접 반죽해 구워 주기 때문에 냉동 와플을 구워 내놓는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 허니 버터,메이플 시럽,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여러 과일 등을 토핑해 커피나 차와 즐기는 달콤한 와플과 햄 계란 소시지 등의 브런치 식재료와 함께하는 식사 대용 와플이 고루 있어 한끼 식사로 거뜬하다. 군것질 수준의 간단한 와플로 여기면 오산이다. 가격이 7000원부터 1만원을 훨씬 웃돌지만 양이 많고 맛도 정통식이라 식사를 마치면 가격을 수긍할 만하다.
이어 이태원 대로변 가게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걷다가 해밀턴호텔 못 미쳐 옷가게들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Tartine'((02)3785-3400)이라는 파이 전문 카페가 보인다. 유리 진열대에는 각종 파이들이 손님의 발길을 유혹한다. 약간은 두꺼운 파이 반죽이 거슬리긴 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다. 버터 스카치의 고소하고 진한 단맛이나 체리 또는 블루베리의 상큼한 맛,혹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루밥 파이의 새콤하고 감치듯 씹히는 맛이 특히 좋다. 파이는 6000원인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추가하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케이크나 쿠키,그리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며 음료는 저렴한 편이다. 다시 대로로 나와 제일기획 방향으로 걷다 보면 앤티크숍들이 많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아시안데코 건물 옆골목으로 작은 케이크숍이 눈에 들어 온다. 영어 흘림체로 'Life is just a cup of cake'((02)794-2908)라는 간판의 이 카페는 컵 케이크 전문이다. 이름이 좀 길지만 알록달록 색을 담아 얹은 6~7가지 컵 케이크들이 금세 눈에 익는다. 예쁜 상자에 담아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개에 4300원이고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대체로 맛은 단 편이다.
마지막으로 한강진역 앞에 'Passion 5'((02)2071-9507)는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카페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파리바게뜨의 모기업 SPC그룹이 운영하는 초대형 카페로,샌드위치 빵 케이크 초콜릿 등 제과.제빵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독특한 메뉴가 많아 구경 삼아 한번쯤 가볼 만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하며 놀라지 않을까 싶다.
이런 디저트 카페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은 스위트한 디저트 와인이면 모두 오케이다. 그래도 한 가지 추천한다면 호주 브라운브러더스의 '시에나(Cienna)'라는 익숙지 않은 품종의 레드와인을 꼽고 싶다. 알코올 함량이 5%밖에 안 돼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스페인 토종 포도 수몰(Sumoll)과 카베르네 소비뇽을 접목해 만든 시에나 품종으로,루비색 산딸기의 진한 향과 레드 커런트의 산뜻한 산도를 지니면서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차게 해서 마셔야 약간의 탄산도 느끼고 단맛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음식문화 컨설턴트 toptable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