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실적 '선방'] 불황이 기회… 12조5000억원 공격투자

올해 투자 1조이상 확대 … 2위그룹 따돌려
"3분기 실적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을 것"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1조5000억원가량 늘리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2위권 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떨어질 때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25일 실적설명회에서 "당초 11조원대로 예정했던 설비투자 총액을 12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며 "부문별로는 메모리 반도체에 7조원,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4조5000억원,시스템LSI 반도체에 6000억원 등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2위 업체 따돌린다"

주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며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에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들 만큼 많은 비용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나기는 힘들겠지만 호황이 돌아왔을 때 2위권 업체를 압도하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투자 규모에 대해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보다 투자액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밑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원자재 가격 급등,가격경쟁 심화 등의 악재를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실적"이라며 "이 같은 침체기에 분기 영업이익을 20억달러 이상 내는 기업은 '슈퍼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회사"라며 자사를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의 간헐천 '올드 페이스풀'(Old-faithful)에 비유했다. 올드 페이스풀은 90분마다 30~50m 높이로 물을 하늘로 뿜어내는데,언제 방문해도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늘 신뢰할 수 있는'이란 뜻을 가진 이름이 붙었다는 것.◆"불황일수록 1위 업체에 몰린다"

주 부사장은 "2위 그룹은 불경기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고객사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며 "이 시기 상당수의 고객사들이 꾸준히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선두업체로 거래선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주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누리고 있는 '1위 효과'의 예로 LCD 패널 사업을 들었다. 그는 "LCD 패널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영세한 고객사들과 많이 거래하는 2위권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반면 삼성은 소니 등 대형 TV 제조업체 3곳이 전체 TV 패널 생산량의 85% 이상을 가져갈 정도로 물량이 부족해 사실상 하반기 추가 주문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매출 성장률 두자릿수 지킨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 부사장은 "3분기에 자신있다고 하는 기업인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소비 둔화가 예상되고 추가적인 환율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안정적인 고객사가 많고 기술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경쟁사와의 실적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매출을 늘리겠다는 당초 목표가 실현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기필코 달성하겠다"고 답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