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상가 준공 1년 가까이 썰렁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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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트리지움 아파트단지 내 상가. 건물이 지어진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1층에는 여전히 점포 분양을 알리는 광고물들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이 상가에는 총 200여개의 점포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아직도 30% 정도가 미분양된 채 남아 있어 빈 점포 때문에 상가 분위기가 썰렁하다.
그나마 현재 영업 중인 곳도 공인중개사무소나 은행,증권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원이나 병.의원,식당처럼 주민생활과 밀접한 편의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트리지움 아파트 입주자인 금혜영씨(36)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1년 전에 입주했지만 아직도 식음료.약국 등이 들어오지 않아 생활에 불편이 많다"며 "특히 소아과 등 생활필수 클리닉이 없다 보니 자녀들이 아프면 분당까지 오가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재건축단지나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됐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투자자와 세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수익성에 집착한 고가 분양에다 불경기까지 겹친 탓이다.
알짜 상가로 평가받았던 성남 판교신도시 주공상가의 경우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경쟁입찰에도 불구하고 32개 점포 가운데 25%인 8곳이 최종 미계약됐다. 안 팔린 점포 중에는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1층 점포도 끼어 있다. '판교=로또'라던 공식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내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실 트리지움은 물론 잠실 레이크팰리스,과천 주공3단지(래미안),가재울뉴타운 현대아이파크,은평뉴타운 1지구 등 유망 아파트에 붙어있는 단지 내 상가들이 모두 저조한 분양률과 높은 공실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배후 수요 덕분에 인기가 높았던 단지 내 상가가 외면받는 것은 무엇보다 비싼 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입찰에서 유찰된 판교 주공상가 A7-2블록 1층 점포(101,102호)의 경우 분양예정 가격만 7억~8억원에 달했다.
잠실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도 1층 앞쪽 기준으로 분양가가 3.3㎡당 1억3500만원 선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불렀다. 재건축 조합들이 단지 내 상가 분양가를 올려 자신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정작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식당 약국 세탁소 병원 학원 등 근린생활 점포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잠실 트리지움 인근의 A공인 관계자는 "한 소아과 의사는 상가분양 대행사로부터 임대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 결국 상가 입점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들이 상가 미분양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분양대행사에 상가를 통째로 매각하는 경우도 많아 가뜩이나 높은 분양가가 더욱 부풀려지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상가 분양과정에 불필요한 유통마진이 붙어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내 상가는 대행업체에 약 700억원에 매각됐지만 실제 분양금액은 12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조합의 이기주의로 인해 상가 분양가가 높아지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해당 단지의 입주민과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그나마 현재 영업 중인 곳도 공인중개사무소나 은행,증권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원이나 병.의원,식당처럼 주민생활과 밀접한 편의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트리지움 아파트 입주자인 금혜영씨(36)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1년 전에 입주했지만 아직도 식음료.약국 등이 들어오지 않아 생활에 불편이 많다"며 "특히 소아과 등 생활필수 클리닉이 없다 보니 자녀들이 아프면 분당까지 오가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재건축단지나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됐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투자자와 세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수익성에 집착한 고가 분양에다 불경기까지 겹친 탓이다.
알짜 상가로 평가받았던 성남 판교신도시 주공상가의 경우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경쟁입찰에도 불구하고 32개 점포 가운데 25%인 8곳이 최종 미계약됐다. 안 팔린 점포 중에는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1층 점포도 끼어 있다. '판교=로또'라던 공식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내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실 트리지움은 물론 잠실 레이크팰리스,과천 주공3단지(래미안),가재울뉴타운 현대아이파크,은평뉴타운 1지구 등 유망 아파트에 붙어있는 단지 내 상가들이 모두 저조한 분양률과 높은 공실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정적인 배후 수요 덕분에 인기가 높았던 단지 내 상가가 외면받는 것은 무엇보다 비싼 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입찰에서 유찰된 판교 주공상가 A7-2블록 1층 점포(101,102호)의 경우 분양예정 가격만 7억~8억원에 달했다.
잠실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도 1층 앞쪽 기준으로 분양가가 3.3㎡당 1억3500만원 선에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불렀다. 재건축 조합들이 단지 내 상가 분양가를 올려 자신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정작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식당 약국 세탁소 병원 학원 등 근린생활 점포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잠실 트리지움 인근의 A공인 관계자는 "한 소아과 의사는 상가분양 대행사로부터 임대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 결국 상가 입점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들이 상가 미분양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분양대행사에 상가를 통째로 매각하는 경우도 많아 가뜩이나 높은 분양가가 더욱 부풀려지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상가 분양과정에 불필요한 유통마진이 붙어 가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내 상가는 대행업체에 약 700억원에 매각됐지만 실제 분양금액은 12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조합의 이기주의로 인해 상가 분양가가 높아지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해당 단지의 입주민과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