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모르쇠 외교부

"이미 미국은 1977년부터 독도에 대해 주권 미지정지역이라는 입장을 정했다는데 외교부는 30년 동안 도대체 뭘하고 있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전 일이라."미 국무부가 우리 시각으로 새벽 독도에 대해 '미국은 1977년 이후 주권 미지정지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후 나온 외교부 당국자 대답이다.

요즘 외교통상부는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10ㆍ4 선언 국제 이슈화를 위해 로비를 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독도 표기가 변경되는 것도 모르고,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미국이 30년 넘게 독도를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인식해왔다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30년 전 일은 그렇다고 치자.하지만 최소한 올해 들어 일본이 처음 독도 영유권을 중등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명기한 이후에 외교부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유명환 장관은 이렇게 해명한다. '일본 대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하고,주일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하고,한ㆍ일 외교장관 회담도 거부했다. ' 할 수 있는 외교적 조치는 다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외교부가 말하는 대책은 모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수준이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세를 변화시키기 위한 진짜 대책은 전혀 없었다. 현재 국제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각국의 지도는 어떻게 표기하고 있으며 각국의 학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 무관심했다. 미국 의회 도서관의 독도 표기 변경건을 막은 것은 민간인이었다. 미국의 인식을 알려준 것은 기자들이었다. 외교부 대책이 '우리도 뭔가를 했다'는 면피성 대책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이유다.

외교부는 뒤늦게 본부와 미 대사관에 이중으로 독도TF팀을 만들어 대책을 세우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관 퇴진 목소리가 커가는 등 거센 비난을 자초한 건 바로 외교부였다.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